“중국투자 적정 비중은 2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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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기업 과장인 남영진(38)씨는 최근 은행에서 3000만원을 대출해 모두 중국펀드에 넣었다. 주변 사람들의 중국펀드 수익률이 연 100%를 넘어서는 것을 보고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불안하다. 하루에도 수차례 홍콩증시 상황을 확인하는 습관까지 생겼다. 중국·홍콩 증시가 과열돼 조만간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때문이다.

 ◆중국펀드로 너무 몰렸다=‘차이나 리스크(China Risk)’가 투자자는 물론 증권가의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홍콩 증시가 끓어오르면서 투자자의 관심과 실제 투자가 온통 중국으로 쏠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국 주식은 네 가지로 나뉜다. 중국 국적 투자자만 투자할 수 있는 A주식, 외국인도 투자할 수 있는 B주식, 중국 본토 기업 중 홍콩 증시에 상장한 H주식, 중국 정부와 국영 기업이 최대주주로 참여해 홍콩에 상장한 R주식이다. 여기서 국내 중국펀드들은 주로 H주에 투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홍콩 증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해 출시된 주식형 해외펀드(221개) 중 중국펀드는 14%인 31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펀드 수탁액은 37.1%를 차지한다. 최근 수치를 보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달 4일에서 10일 사이 한 주에만 약 1조7000억원이 중국펀드로 유입됐다. 4~10일에는 중국펀드 증가액이 전체 주식형펀드 증가액보다도 많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상위 10개 해외펀드 중 6개가 중국펀드다. 1위인 신한BNPP의 ‘봉쥬르차이나주식2종류A’는 설정액이 3조원을, 2위인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1종류A’도 2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허진영 과장은 “다양한 펀드가 시장에 나와 있지만, 투자자들이 중국펀드에만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중국펀드가 투자하는 홍콩증시가 급락할 경우 투자금의 3분의 1 이상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투자 비중 내려라”=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긍정적인 관점을 반영하더라도 중국의 적정 투자 비중은 22.48%”이라며 전체 해외펀드 투자 중 중국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사람이 1000만원을 투자할 때 230만원 이상을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6.58%)과 시가총액 상승률(218%), 국내총생산(GDP) 실질 성장률(11.2%)을 고려한 계산이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최근과 같은 집중적인 투자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국내주식, 해외 선진지역, 해외 신흥시장, 대안상품 같은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면서 시장 전망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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