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국제화 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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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우리 사회는 요사이 국제화의 물결이 모든 분야를 휩쓸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제화시책을 발표하고 있고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해외진출및 협력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진작 국제화의 주역이었어야 할 일반국민의 귀에는 그 말이 삼복더위에 지루하게 울어대는 매미소리처럼 그저 공허하고 막연한 말같이 들린다.
국가수준급의 국제화사업이나 기업의 해외진출사업을 추진하는 주역들은 확고한 목표와 구체적인 실천요강이 마련되어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국제화를 위해 무엇을,어떻게 하여야 할것인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92년에 각종 명목으로 해외에 나간 우리나라 사람은 2백35만4천명으로,이중 순수한 관광 목적으로 해외나들이를 한 사람만도 72만명에 달하고 금년에는 1백만을 훨씬 넘을 것이라고 한다.
얼마전 공보처의 해외공보관이 발표한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서 갖가지로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모습이 열거되어 있어 저절로 얼굴이 붉어진다.
그 내용은 호텔.비행기 등 공공장소에서 떠들어대는 일,줄 안서기,박물관 등 촬영금지장소에서 사진찍기,호텔에서 취사하거나 파자마 바람으로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일,싹쓸이 쇼핑,관광명소 곳곳에 자기이름 낙서하기 등등.하나 하나 열거 하기가 창피한 추태들이 외국사람들 눈앞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화라는 것이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한다거나 해외에 큰합작공장을 세우는 것만은 아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세계 각국사람들이 모이는 관광지에서예의 바르고 질서 있는 세련된 신사.숙녀라고 칭송받는 것도 국제화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차원에서 하든 사회단체가 앞장 서든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에게만이라도 좀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국제인 만들기 운동」을전개했으면 한다.
〈에이스침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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