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를 더 크게 만들어 더 많이 나눠줄 후보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2호 10면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앨 고어는 2000년 미 대선의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막강한 로비력을 갖춘 담배·정유·제약·의료보험 회사 등 ‘기득권층’에 대대적 공격을 감행했다. “담배·정유·공해산업·제약·의료보험 회사들을 봐라. 때론 이런 회사들에 맞서 기꺼이 ‘아니요’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정들은 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서민의 대변자’임을 내건 고어는 전당대회에서 “25년간 나는 힘 있는 세력들과 투쟁해 왔으며 대통령이 되면 당신들을 위해 그들과 맞설 것”이라고 전선을 명확히 했다. 동부 출신의 최고 엘리트이자 집권 여당 후보였던 그가 택한 것은 떨어져 나간 노동계·고졸 여성 등 이전의 민주당 핵심 지지층을 결속시키려는 ‘포퓰리즘 마케팅’이었다.

부시는 “계급 전쟁을 부추긴다”고 맹비난했지만 전당대회 전 11%나 부시에게 뒤졌던 고어는 10월 들어 부시를 4% 앞서는 대역전을 이뤄냈다. 선거인단 결과에선 졌지만 국민 총투표에서 고어는 부시를 앞섰다. 현대 선거에 있어서조차 포퓰리스트적 접근의 효과를 보여준 셈이고 2등 주자의 이에 대한 ‘유혹’의 강도를 짐작하게 한 전례였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당선 일성은 “20%만 잘살고 80%는 버려지는 ‘2 대 8’ 사회를 여러분은 원하십니까”라는 것이었다. 그는 “한나라당 식 정글 자본주의를 거부하고, 돈 있고 땅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약육강식 경제를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은 “정동영 식 자본주의는 평준화로 국민 모두를 다 못살게 하는 갈라치기 전략”이라며 성장 잠재력 확충, 대기업 투자 활성화를 공약의 맨 앞에 전진 배치했다. 두 후보 공히 “결론은 모두를 잘살게 하자는 것”이라 주장하지만 벌써 금융·산업 분리, 감세, 3불(不)정책, 종합부동산세 등 각론에서 선명한 대치가 벌어지고 있다.

두 후보가 내세운 각자의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며, 과연 시대정신에 맞는지는 마땅히 59일 남은 대선 가도의 핫 이슈로 다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2002년 대선 닷새 전 모 신문 기고를 통해 이런 판별법을 제시했었다. “나눠 주지도 않을 파이를 그저 키워 놓고 보자고 우기는 것도 곤란하지만, 나눠 줄 것도 없는 파이를 마구 약속해 대는 후보는 더욱 고약하다.”

▶지난 주

15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확정
18일 한나라당 이명박-신당 정동영 후보 금산 분리(산업자본의 은행업 겸영 금지) 문제로 충돌
19일 검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출두 요청=‘청와대 명예훼손 고소’ 사건 관련. 법무부는 미국 교도소에 수감 중인 ‘BBK 사건’ 핵심 인물 김경준씨의 범인 인수 실무작업 착수
 
▶이번 주

22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국민성공희망대장정 광주전남 대회
22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당 전국노인위원회 회의
23일 민주당 이인제 후보, 충청권 민생 버스투어 출정식
23일 창조한국당(가칭) 문국현 후보, 대전 창당대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