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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극 보고 산에 오르고 환자 마음의 상처까지 치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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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 14면

서울대병원 유방센터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앉은 사람 오른쪽부터 문우경·민경원·임석아·한원식·신용욱·노동영 교수, 선 사람 오른쪽부터 정소연·고은영 전임강사, 오도연 교수, 김은규 전임강사, 이종원 교수, 조지형 전임강사. [사진=최정동 기자]

서울대병원 유방센터 노동영(외과) 교수는 매일 오전 6시40분 컴퓨터를 켜고 환자 모임 ‘비너스회’ 홈페이지에 들어간다. 비너스회는 노 교수에게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의 모임이다. 노 교수는 10~20분 동안 환자가 보내온 질문에 꼼꼼히 답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서울대병원 유방센터

“하루에 200여 명의 환자를 봐야 하기 때문에 진료실에서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짐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했죠.”

노동영 교수가 e-메일로 환자와 대화하고 있다.

그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1만3000여 개의 질문에 대답했다.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대학과 서울대 간호대 연구진은 노 교수의 e-메일을 분석해 온라인에서 환자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다.

노 교수의 유방암 치료팀은 환자의 아픔을 보듬는 각종 방법을 도입해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행복한 삶을 도와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노 교수팀은 외과·종양내과·진단방사선과·방사선종양학과·성형외과·종양정신과·재활의학과·해부병리과·예방의학과·핵의학과 등의 의사와 전문간호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1000여 명을 수술했고 외래환자는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연구에도 열심이어서 매년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에 1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공동으로 유방암을 진단하는 DNA칩을 개발하고 있다.

이 팀에서는 매주 한 번 이상 환자들에게 유방암의 회복을 돕는 강연을 개최하고 있으며 부기를 줄이는 부종 재활 클리닉,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완화 클리닉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완화 클리닉에서는 종양정신과 신용욱 교수가 명상·무용·미술·요가 등을 통해 환자가 암의 상처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두 달 동안 매주 한 번 두 시간씩 전문간호사·전문의와 각 분야 전문가들이 환자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지금까지는 의료진이 암을 타깃으로 했다면 지금은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했다고나 할까요. 환자는 죽음의 문턱을 경험했기 때문에 달관하는 능력을 얻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환자에게 암을 이기는 법을 가르쳐 준다기보다는 함께 그 과정을 경험한다고 해야 옳겠지요.”(신 교수)

이 팀의 상담센터는 ‘열린 공간’으로 통한다. 환자가 진료를 받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언제든지 찾아와 전문간호사와 비너스회의 자원봉사자에게 질문한다. 자원봉사자는 자신이 암을 극복하면서 겪은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상담한다.

비너스회는 노 교수가 2000년 결성한 모임으로 현재 열성적인 회원만 600여 명에 이른다. 지역별로 21개 팀이 있고 20~30대 환자팀이 별도로 구성돼 있다. 노래·산행·요가·웃음치료 팀의 활동이 왕성한 편이다. 환자들이 함께 목욕하며 서로의 아픔을 씻어내기도 한다. 자원봉사에도 열심이어서 매년 병원에서 일일찻집과 바자를 열어 수익금으로 환자를 돕고 있다.

노 교수의 유방암팀과 비너스회는 매년 4~5차례 모임을 갖는데 지난달에는 무주리조트에서 단합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소아정신과 황준원 교수가 ‘암환자가 자녀를 대하는 법’을 강의했다.

노 교수는 수시로 환자들과 연극·뮤지컬 공연을 보고 함께 등산을 간다. 환자들의 친구로 지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노 교수의 부친은 노관택 전 서울대병원장, 장인은 이현재 전 총리다.

팀과 비너스회는 지난해 9월 병원의 도움을 받아 지방에서 올라오는 환자들이 묵을 수 있는 쉼터를 마련했다. 이곳은 방 3개에 10명 정도가 머무를 수 있다.

노 교수는 유방암은 예방이 우선이며 조기진단이 차선이라고 믿는다.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합니다. 암이 다른 데로 번지지 않고 유방에만 있다면 5년 생존율이 96%에 달합니다. 주위 조직까지 번졌다면 70%를 넘고 다른 장기로 전이됐으면 20% 안팎입니다. 수술을 받고 환자들끼리 힘을 합치면 허전함을 이길 수 있고 이전보다 삶이 더 윤택해질 수도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면 안 됩니다.”

서울대병원이 추천하는 유방암 대응법

■ 유방암의 치료

과거에는 유방과 주위 조직을 완전히 도려내는 근치수술이 대세였지만 요즘에는 가급적 유방을 보존하는 수술을 한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암이 처음 전이되는 ‘감시 림프절’을 검사해 이곳에 암세포가 없으면 겨드랑이 림프절도 보존한다. 항암제·방사선 치료도 급속히 발전해 유방암 치료에 도움이 되고 있다.
 
■ 유방암에 잘 걸리는 사람

가족력이 있거나 술·당분·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사람, 비만인 경우, 12세 이전에 초경을 경험하거나 55세 이후에 폐경이 온 사람, 출산이 늦거나 아기를 갖지 않은 사람, 결혼 뒤 아기를 갖지 않았거나 30세 이후에 임신한 사람,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지 않은 사람, 피임약을 오래 복용한 여성 등.
 
■ 유방암의 증세

가슴이나 겨드랑이에 멍울이 만져진다. 자신은 모르지만 남편이나 목욕탕의 때밀이, 마사지사가 멍울을 발견해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유방 피부가 함몰되거나 귤 껍질처럼 변하고 유두가 함몰되면 유방암을 의심해야 한다. 양쪽 유방이 갑자기 비대칭적으로 변하거나 한쪽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런 증세가 없이 유방암에 걸린 사람도 적지 않다.

■ 유방암의 조기진단을 위해

20대 이상은 매달 한 번 자신의 유방을 골고루 만져 멍울이 있는지 확인하고 35세 이상은 매년 한 번 검진을 받는다. 40대 이상은 1, 2년에 한 번 플라스틱판에 유방을 밀착시킨 뒤 X레이를 찍는 ‘맘모그램’ 진단을 받도록 한다. 유방암 위험 요인이 있다면 30세 이후 매년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 유방암의 예방

콩자반·된장·비지 등 콩 음식과 녹황색 채소를 충분히 먹는다. 아기를 가지면 모유를 먹인다. 가급적 젊은 나이에 아기를 낳는 게 좋다. 매주 3일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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