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료의 일곱가지 이야기 ① 믿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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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억 명의 독자를 거느린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60)가 중앙일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코엘료는 한국에서만 12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연금술사'의 작가입니다. 현재 그의 작품은 56개 언어, 150여 개 국가에 소개돼 있습니다. 코엘료는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작가입니다. 전 세계가 그를 찾아 읽는 이유입니다. 바로 그 코엘료가 오늘부터 매주 토요일 믿음.소망.사랑.지혜.정의.용기.절제의 일곱 가지 덕목을 주제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늘이 그 첫 번째로 '믿음'의 차례입니다. 이 칼럼은 전 세계 31개국 31개 언론사가 싣습니다. 한국에선 중앙일보가 독점 연재합니다.

◆첫째 - 믿음

이전에 나는 일곱 가지 죄악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개인적으로 무척 기뻤습니다. 그럼 이제 일곱 가지 기본 덕목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상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죄와 선(善), 두 가지 중에서 우선하는 것은 선이 아니라 죄입니다. 어느 현자(賢者)의 말처럼, 죄를 지어본 적 없는 사람의 선함은 진정한 선함이 아닙니다. 유혹을 극복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 종교의 성자들을 살펴보면, 그들은 대개 종교에 투신하기 전까지 문란하거나 냉담한 삶을 살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까지 죄악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위와 같은 이치에 따라 지금부터는 '믿음'을 시작으로 일곱 가지 덕목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덕목들은 신학적 덕목 세 가지와, 훗날 성(聖) 아우구스티누스와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계승한 플라톤 철학에 기초한 네 가지 덕목입니다. 무엇을 기본 덕목으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지만, 나는 여기서 전통적인 견해를 따르고자 합니다.

◆믿음의 사전적 의미

'믿음'이라는 영어 단어 'faith'는 같은 뜻의 라틴어 'fide'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는 '신앙, 어떤 사람이나 사실을 믿는 마음,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강한 신념, 신학적 덕목'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성경의 '누가복음' 17장 5절은 믿음에 대한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사도들이 예수에게 "우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라고 요청합니다. 그러자 예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뽕나무에 '뽑혀서 바다에 심기라'고 말해 보라. 그러면 너희 뜻대로 될 것이다."

또한 '법구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 마음 하나로 세상을 만들기도, 파괴하기도 한다'.

'거짓된 마음보다 나쁜 것은 없다. 적과 적이 서로 겨루고, 원수끼리 물어뜯으며 싸운다 한들 거짓된 마음으로 저지르는 해악보다는 영향이 적다'.

'바른 마음보다 복된 것은 없다. 부모가 주는 것도, 친척이 주는 것도 선의 길로 향하는 마음이 주는 행복에 미치지 못한다'.

◆아부 무사 알 쿠마시와 그의 부인 이야기

한 제자가 현자 이븐 알 후세인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희가 세계를 정화할 수 있습니까?"

이븐 알 후세인은 대답합니다.

"다마스쿠스에 아부 무사 알 쿠마시라는 교주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지혜로움을 높이 샀으나, 그가 선한 자인지는 알지 못했다. 어느 날 오후, 교주와 부인이 함께 살던 집이 부실하게 지어진 탓에 무너지고 말았다. 놀란 이웃들이 달려들어 무너진 폐허를 파헤쳤고, 얼마 뒤에 교주의 부인을 겨우 찾아냈다. 그녀가 말했다. '나는 내버려두고, 먼저 남편을 구해 주세요. 저 근방에 앉아 있었어요'. 이웃들은 그녀가 가리킨 부근의 잔해를 제거하고 교주를 발견했다. 그러자 교주가 말했다. '나는 괜찮으니 내 아내를 먼저 구해 주시오. 저쪽에 누워 있었소'. 누군가 이들 부부처럼 행동한다면, 그는 생명과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온 세상을 정화할 수 있다."

◆현실마저 부정하는 그릇된 신념

2004년 4월 30일,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1년 전 우리가 사담 후세인을 권력에서 몰아내는 중차대한 목적과 임무를 달성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이제 고문실과 공동묘지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같은 달, 세계는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서 미군에 의해 자행되는 고문 사진들을 목격했고, 내가 칼럼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규모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194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브라질 한 대기업의 임원이었던 86년 어느 날, 불쑥 사표를 던지고 스페인 '산티아고의 길'로 순례를 떠난다. 그리고 이듬해 그 순례의 경험을 토대로 첫 작품 '순례자'를 발표한다. 이후 '연금술사'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11분' '오 자히르' 등 내놓는 작품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난해 9월 출간한 '포르토벨로의 마녀'를 비롯해 모두 11편의 소설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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