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여성>기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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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고도의 숙련기술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技術士시험에 최근 두명의 여성이 나란히 합격,화제를 모으고 있다.화제의 주인공은 도시계획분야의 金賢淑씨(35.전북대 강사)와 식품분야의 嚴美娜씨(32.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 연구사).모두 89개 종목에 6천6백86명이 응시,9백55명의 합격자를 낸 이번 41회기술사 시험에서 어려운 관문을 뚫고 합격한 것이다.이들 여성은『특별히 정해진 시험범위가 없는데다 관련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신기술을 함께 습득해야 하는 점이 힘들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말한다.
또 아이들의 엄마로,아내로,며느리로 가정생활과 직장생활,그리고 수험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조심스레 털어놓기도 했다. 全北大 건축학과를 졸업,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에서 도시설계 석.박사과정을 마친 金賢淑씨는 『93년 일본에서 돌아와보니土超稅 신설.地價상승 문제등 사회환경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며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관련 분야를 공부하다 기 술사 시험에 응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도시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개발할 때 이 계획이 기존 시설물이나 가옥및 교통.환경등에 미칠 영향을 사전 예측해 이를 토대로 도시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것이 곧 도시계획 기술사의 역할이라고 金씨는 설명한다.
「전문직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에 대해 봉사책임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앞으로 살기좋고 쾌적한 도시만들기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대학 클라스메이트였던 남편은 현재 와세다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 다.3세된 딸이 있다.
2년여의 준비 끝에 이번에 합격의 영광을 안은 嚴美娜씨는 특히 식품분야에서 탄생한 첫 여성기술사여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시부모를 모시고 두 아들을 키우면서 틈틈이 짬을 내 하루 2~3시간씩 시험공부를 했다고 한다.
전문대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뒤 83년 국립보건원에 입사,식품기술사의 꿈을 키워온 嚴씨는 8년과정의 放通大(영문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高麗大 자연자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등학문탐구에 대한 식을줄 모르는 열정을 보이는 노 력파.
음식물의 가공.저장및 보존기술,새로운 품종개량등을 연구하는 식품기술사의 영역중에서 특히 미생물의 산업화 연구와 품종개량에관심을 보이는 그는『오랫동안 신선한 상태로 보존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가공기술이 개발된다면 농.수산물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우리 농가가 큰 타격은 받지 않겠지요』라고 반문한다.그는 앞으로 미생물의 산업화 연구에 전념,우루과이라운드(UR)등 개방에대처할 생각이라는 결의를 보인다.전기공학 전공으로 대학강사인 남편과의 사이에 5,4세된 두 아 들이 있다.
〈李貞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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