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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영 시장 자살] 각계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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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안상영 시장이 자살한 4일 부산은 충격과 안타까움에 휩싸였다. 안 시장의 유족과 측근, 시청 직원들은 "무슨 이런 일이…"라며 놀라움을 금지 못했다. 부산시청은 이날 침울한 분위기 속에 직원들은 말을 아꼈다. 시민들은 "부산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 집사람 잘 보살펴 달라

◆ 유족들 = 4일 오전 1시15분쯤 구치소 측으로부터 남편 사망소식을 접한 부인 김채정(64)씨는 오전 2시께 좋은삼선병원에 도착, 응급실에서 시신을 보고 실신하기도 했다. 아들 정훈(30)씨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어서 충격적이고 뭐라 할 말이 없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시장 선거 당시 참모 역할을 했던 처조카 김영일 씨는 "안시장이 부산구치소로 이감된 이후인 오후 3시30분 가족들과 함게 면회를 했을 때 안 시장이 의외로 건강해 보였고 담담한 표정이었다"며 "서울에서 내려 올 때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면회 때 '집 사람을 잘 보살펴 달라'고 말해 의례적인 부탁인 줄만 알았는데 의미가 있었던 말이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4일 새벽부터 안 시장의 유품,유서,시신 등을 넘겨달라고 부산구치소 측에 강력히 요구했으나 구치소 측이 이를 거부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 이런 아픔 다시 없어야

◆ 시민단체=부산YMCA, 부산참여연대, 부산경실련 등 12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4일 안 시장의 자살과 관련해 "이제 구조화된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고 공직자의 새로운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운동단체연대는 "부산시의 행정 책임자인 안 시장의 비극적 사태는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뇌물 및 부정부패 사건에 대한 명명백백한 조사가 이뤄져 더 이상 이와 유사한 아픔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또 시장의 구속 상황에서도 시정공백의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왔던 부산시 공무원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분발해 줄 것과 정치권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거나 정략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도 이번 사건을 공직사회와 정치권, 재계의 부정부패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 굵직한 업적도 많은데 …

◆ 시민들=주부 이명숙(43.연제구 연산3동)씨는 "오랜 기간 부산시정을 이끌어온 사람이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 안타깝다"며 "이번 사건이 공무원이나 정치인, 시민들이 모두 자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선묵(20.동구 수정동)씨는 "텔레비전 뉴스에서 안 시장의 소식을 보고 처음에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면서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 등 굵직굵직한 업적이 많은 것도 사실인데 너무 허무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철현(42.해운대구 좌동)씨는 "재판 내내 안 시장이 자신의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해 왔고 추가 금품수수수 사실까지 불거졌는데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가려지지도 못한 채 세상을 등진 셈이 됐다"면서 "꼭 이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관광업계 종사자 김병철(39)씨는 "관광도시 부산 실현을 위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부산시의 과제가 많은데 이번 사건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면서 "조속한 시일 안에 부산시가 이번 사건의 충격을 딛고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 진상조사 등 대책 분주

◆ 검찰주변=안상영 시장이 자살하자 사건을 담당했던 부산지검과 재판을 진행 중인 부산지법은 크게 당황하며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산지검은 특히 검찰의 강압수사나 압박이 있었지 않았으냐는 의혹이 재기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도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부산지검은 4일 새벽 안 시장 자살소식을 보고 받은 후 당직 검사를 부산구치소와 좋은삼선병원에 파견해 진상조사를 벌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11월부터 안 시장에 대해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인 부산지법도 안 시장의 자살소식에 크게 놀라고 있다.

허상천.정용백.김상진 기자

*** "허무하게 떠나 보내 가슴 메여" 市政 발전·시민생활 안정 최선

◆ 시청주변=4일 오전 안상영 부산시장의 비보를 전해들은 부산시 공무원들은 '謹弔'리본을 달고 애도를 표시했다.

부산시는 이날 오전 7시 간부회의에서 안시장 장례를 부산광역시장(葬)으로 치루기로 하고 장의위원회 구성 등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장의위는 안시장의 장의를 초졸하면서도 엄숙하게 치루기로 하고 분향소에 조의금과 조화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시쯤 허성관 행자부장관이 보낸 조화는 분향소 앞에 놓여졌다.

오거돈 권한대행은 '부산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시장님의 예기치 못한 영면소식에 애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며 "평소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한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지속적인 시정 발전과 시민생활 안정을 위해 1만5천여 부산시 공무원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청 대회의실에 마련된 고 안상영 시장 분향소는 4일 오후 3시부터 조문객들을 맞기 시작하면서 직원.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줄을 이었다.

분향소는 대회의실 벽입구 옆 가로 7.2m.높이 6m의 벽에 1만송이의 국화꽃과 극락조화 등으로 장식하고 가운데 안시장의 영정을 모셨다.

시청 한 간부는 "40여년간 공직에 헌신해온 시장님을 너무 허무하게 떠나보내 가슴이 메인다"며 오열했다.

*** 영락공원에 빈소 … 8일 부산市葬

◆ 영락공원 빈소=고 안상영 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영락공원엔 4일 오후 최병렬 대표, 권철현 의원, 박종웅 의원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오거돈 시장대행 안내로 조문했다.

최 대표는 2층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박종웅 의원 등이 "안 시장이 서울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아침에 불러놓고 하루종일 조사를 하지 않는 등 모욕감을 느끼도록 했다"고 보고하자 당 조사단장인 이주영 의원을 전화로 불러 "서울서 조사받은 과정을 자세히 파악하시오. 정치적 음모라는 측면에서 조사를 해주시오"라고 당부했다. 이영 부산시의회 의장, 설동근 부산시교육감 등 부산지역 인사들도 잇따라 조문했다.

빈소엔 노무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조화가 도착했다.

*** 시민·정 - 관계 인사 등 조문 줄이어

◆ 영락공원 빈소=고 안상영 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영락공원엔 4일 오후 최병렬 대표, 권철현 의원, 박종웅 의원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오거돈 시장대행 안내로 조문했다.

최 대표는 2층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박종웅 의원 등이 "안 시장이 서울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아침에 불러놓고 하루종일 조사를 하지 않는 등 모욕감을 느끼도록 했다"고 보고하자 당 조사단장인 이주영 의원을 전화로 불러 "서울서 조사받은 과정을 자세히 파악하시오. 정치적 음모라는 측면에서 조사를 해주시오"라고 당부했다. 이영 부산시의회 의장, 설동근 부산시교육감 등 부산지역 인사들도 잇따라 조문했다.

빈소엔 노무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조화가 도착했다.

*** 재판 공소기각·뇌물수수 내사 종결

◆ 사건 어떻게 되나=안상영 부산시장이 4일 부산구치소에서 자살함에 따라 진행중인 안 시장에 대한 재판은 공소기각, 뇌물 추가 수수에 대한 수사는 내사종결된다.

안 시장의 특가법상 뇌물수수죄 공판을 진행 중인 부산지법 부패사범전담 재판부인 제5형사부(재판장 박효관 부장판사)는 "재판 중인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재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임상길)는 3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안시장의 추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사건을 이첩받았으나 안 시장이 사망한 만큼 수사종결할 것이라고 4일 밝혔다.

따라서 안 시장의 뇌물수수 사건은 지난해 10월 부산지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지 4개월 만에 안 시장이 사망함으로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지 못한채 영원히 미제로 남게됐다.

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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