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경제위기論 확산-개혁 뜸들일 이유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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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본사회에「경제체제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업계가 경제산업 구조의 변혁을 요구하는 「메이드 인 재팬」을 외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 증권회사와 금융기관이東京시장을 떠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일본산자동차가 밀리고 있고 일본의 대기업들은 대기업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주도의 시장점유율 늘리기식 중상주의적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 일본의 업계와 언론이 일본경제의 새로운 시스템구축을 요구하고 나섰다.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엔高를 겪어내고도 강한 체질을지속하던 일본이 스스로 자성하고 나선 것이다.
〈관계기사 26面〉 이같은 위기상황에서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經團連이 올해 신설한 新산업위원회는 기존의 관료제가 일본의 새로운 산업개척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판단아래 관료제도의 폐해와 문제점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와관련,지난5월 3년여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히라이와(平岩)前 經團連회장은『일본기업은 고도성장.대량생산.대량폐기라는 성장노선을 추구해왔으나 이런 노선은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면서 기업이나 정부 모두에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 다.
실제로 일본기업과 금융기관이 버블 붕괴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있는 동안 미국과 유럽기업은 리스트럭처링과 리엔지니어링을통해 무서운 속도로 경쟁력을 회복해 왔다.일본이 자랑하던 협조적인 노사관계는 이제 미국기업에서 자리를 잡았고 종신고용제는 오히려 구조조정을 늦추고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었다.장기적인 과학기술투자도 미국이 앞서가고 있다.미국의 앨 고어부통령은 이미 중장기과학기술투자계획을 발표,장기적인 비전에서도 일본을 앞서가고 있다.
인프라투자와 정보화투자도 미국과는 비교가 안된다.「정보인프라의 구축에서 일본은 미국에 비해 10년이나 뒤져있다」는 것이 일본의 판단이다.특히 정보통신분야에서 퍼스컴보급률,CATV보급률,상용데이터베이스 수 및 휴대전화보급률 모든 분 야에서 미국과는 비교가 안된다.
이같은 일본경제의 새로운 상황을 반영하여 日本經濟新聞은 이례적으로 연5회에 걸쳐 통단 社說 시리즈 「日本劣化」를 통해 일본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들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나섰다.일본의 대표적인 언론이 自國이 처한 모순들을 이토록 솔직하게 지적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정부의 한 심의보고서는『이제 더이상 뜸들일 여유가 없다.
일시적인 아픔을 감수하고라도 하루빨리 경제.산업구조 개혁에 돌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고 이때문에 정부관련부처간에 책임을 놓고 다툼이 벌어졌다고 日本經濟新聞은 지적하고 있다.
〈국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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