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도시 아일라 유적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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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금까지 사라진 것으로만 알려졌던 고대 로마제국의 거대한 항구도시 아일라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고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미국 노스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발굴팀이 이번 여름 요르단의 아카바市 사막속에 묻 혀있던 아일라의 유물들을 찾아 낸 것.
아일라는 630년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에 의해 정복되기까지 로마제국의 경제적 중심지였던 곳.기원전 1세기부터 서기 7세기까지 존속하다가 이슬람교도들이 주변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면서 역사의 전면에서 소리없이 사라졌다.
조사단은 고대 기록과 항공사진 몇장만을 가지고 수주일동안 도시의 흔적들을 파헤친 끝에 마침내 개가를 올렸다.이번에 발굴된유적.유물들은 도시를 둘러쌌던 성벽의 일부,수천점의 도자기,당시 사용했던 동전과 누군가의 편지내용이 적힌 낙 타 골반뼈 등이었다.편지 내용은 지금 번역중이다.
그러나 발굴단은 현재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역사학자로 이번조사를 이끌었던 토머스 파커교수는 아일라가 다시 모래속에 묻혀영영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적지의 위치가 이스라엘 국경과 인접해 있고 이스라엘과 요르단간 경제협력협정에 따라 이 지역에 호텔이나 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힘들여 찾아낸 아일라가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기껏해야 사람들의 기억속에만 남을 가능성이높다.파커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아카바市의 경제성장논리에 밀려 이번이 아일라를 발견하는 마지막 경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발굴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유물들이 땅속에서 나올때 아찔했어요.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거든요.』한 여학생의 발굴당시 소감이다.
파커교수팀은 앞으로 2년간 유물들을 정밀 분석하고 또 2차 발굴을 위한 기금조성에 나설 계획이다.이들은 발굴이 다시 시작될 때까지는 절대로 유적지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요르단관리의 철석같은 약속을 받아놓았다.또 요르단 문화재 당국의 사전 테스트없이는 어떤 건축물도 들어서지 못한다는 내용의 협정도 맺어놓은상태다.그렇다고 경제 성장을 앞세우는 사업가들의 압력이 완전히수그러진 것은 결코 아니다.『지금은 무엇을 보존하고 또 무엇을보존하지 않을지에 대한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파커교수의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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