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병-전문의에 들어본 원인.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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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고2년생인 P양의 경우는 시험때면 며칠씩 밤을 새우는 성적 집착형. 어머니를 옆에 앉혀놓아야 안심이 되는 부모 의존성과 완벽하게 외우지 못하면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강박증세에 시달려역시 정신과를 방문했다.
유형과 정도는 다르지만 입시전쟁을 치르는 가정의 가족간 관계와 정신건강은 조금씩 위협받게 마련.
그러나 이같은 작은 부조화가 방치될 경우 자칫 갈등과 위기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않다.
강남에서 소아.청소년클리닉을 개설하고 있는 金동賢 신경정신과원장은 『방학을 맞아 입시와 관련된 정신적 문제로 내원하는 환자가 크게 늘었다』며 『이들은 대체로 IQ가 높고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부모와 함께 정신과를 내원하는 긍정 적인 현상을 보여 치료효과도 높다』고 말했다.
입시관련 정신장애에 대한 정신역동을 분석한 중앙대의대 정신과金永植교수는 입시불안으로 나타난 정신질환들은 다음과 같이 가족간의 관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부모의 지나친 기대가 아이의 능력을 부정적으로 인지하고 이러한 평가가 아이에게 내면화되어 자신의 능력을 비하시킨다는 것. 두번째는 부모가 자식을 과보호 또는 과잉통제하는등 일관성없는 양육태도를 보일때 주체성 형성이 늦어져 지나치게 부모의존이 높거나 일탈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金교수는 『이같은 입시불안이나 가족갈등은 고착되기전 주위에서서둘러 도와줄 경우 쉽게 회복된다』며 『입시병은 학생과 부모가병행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시병 치료는▲정신분열 초기 또는 조울증등 기분장애▲신경증(노이로제)이나 가출.흡연등 행동장애를 보일 경우엔 향정신성약물이나 항불안약물이 필요하지만 우울증.절망감등 내면의 갈등이 표출되어 나오는 가벼운 질환일 때는 약물없이 상담이 나 부모면담등 단기 정신요법으로 치유 가능하다.
金원장은 K군의 경우 부모와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춰치료를 했다.
학생에게는 「부모의 생각이 바뀌는 것보다 네가 부모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식으로,부모에게는 「전학후 우정보다는 경쟁이 치열한 학교생활의 부적응」을 설명해주고 「잔소리가 아이의 자율성을 떨어뜨려 잠재된 능력이 사 장되고 있다』고 자녀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金원장은 『부모의 시각이 70~80%,아이가 20~30% 바뀌면 대화가 가능해진다』며 『K군은 현재 부모와의 관계를 회복,대화를 통해 1년 휴학하기로 하고 밀린 공부를 하고 있다』고밝혔다. ***一流집착증 버려야 金교수는 『입시병은▲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절감했을 때▲성격이 세심하고 꼼꼼한 완벽형일 때▲부모-자식간 대화단절및 불화▲대리만족형 부모▲일류대학.일류학과집착증에서 많이 나타난다』며 『아이의 성적이 이유없이 떨어지거나 두통.기억력장 애.소화불량등 신체화장애를 호소할 경우,그리고 우울.반항등 행동의 이상을 발견하면 곧 상담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高鍾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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