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린우리·신당 창당 때문에 DJ·노 대통령 상처 줘 미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右)가 16일 새벽 젊은 시절 어머니와 함께 의류를 납품했던 서울 평화시장을 방문해 상점 주인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는 10년 전 '김대중 당'에서 만난 이래 애증의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은 불편한 관계에 있다. 범여권 세력 전체의 지지를 끌어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대등한 게임을 만들어 가려는 정 후보가 과연 노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낼 수 있을까.

그가 15일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바로 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 건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노 대통령은 현실 정치에서 친노 그룹 세를 가진 범여권의 대주주다. 대선 과정에 영향력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전화통화 결과만 놓고 보면 두 사람의 관계 복원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노 대통령이 "(15일 통화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잘 껴안으라"고 정 후보에게 당부한 것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에 애정을 가지고 있던 대통령도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정 후보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후보와의 관계 복원 가능성에 대해 "전화통화 이전과 이후에 달라진 건 아직 없다"며 "정 후보가 앞으로 참여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좀 더 두고 보겠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결국 노 대통령이 정 후보를 받아들이느냐 여부는 참여정부에 대한 정 후보의 평가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이 무너질 때가 제일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섰던 정 후보가 당 해체를 주도한 것에 섭섭함을 갖고 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가 첫째고, 원칙 있는 패배가 그 다음"이라고 말할 만큼 승패보다 원칙의 정치를 강조해 왔다. 노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올인하기보다 퇴임 후 '노무현 정치' '영남 신당'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범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그럴수록 관계 복원을 향한 정 후보의 심정은 절절하다.

정 후보는 이날 아침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노 대통령과는 통합 문제에 대해서만 의견이 달랐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두 번이나 지낸 사람이 탈당해 신당을 만드는 데 앞장선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인간적으로 대단히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처받은 사람들을 끌어안고 가라는 말씀을 실천할 생각"이라고 자세를 한껏 낮췄다.

오후 언론사 인터뷰에서도 정 후보는 참여정부 실패론을 부정하면서 노 대통령 계승론까지 언급해 화해 의사를 더욱 분명히 했다.

"나는 참여정부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소통에서 문제가 있었다.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 상처를 드렸고, 열린우리당에서 신당을 창당해 노 대통령께 상처를 드렸는데 도의적.정치적 책무감으로 많이 괴로웠고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 김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의 철학을 계승 발전시키겠다. 두 분 지도자의 응원을 얻고 싶다. 3기 민주정부 창출로 대속(代贖)하겠다."

정 후보 캠프의 박영선 의원은 "정치적으로 별거 상태에 있던 부부가 재결합하려면 모양새와 명분이 필요하다"며 "대통령과의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Mb>◆청와대 "상처 풀리면 회동 검토"=청와대 측은 정 후보와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진 않았다.

임기 말 원만한 마무리를 위해서도 대선 후보와 대립하는 모습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천 대변인은 "손학규 후보와 달리 정 후보는 범여권 후보"라며 "열린우리당 해체 과정과 경선 과정에서 생긴 갈등과 상처가 풀리고 화해가 이뤄진 다음 정 후보 측에서 요청이 오면 (만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