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제주 용천동굴 등 맛보기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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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처물 동굴에서 자라고 있는 종유관·종유석·석주 등의 화려한 모습(上). 천연기념물 466호인 제주시 구좌읍 용천동굴 최고의 볼거리인 ‘천년의 호수’. 앞으로도 이 두 동굴은 일반에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제주=변선구 기자]

6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도의 동굴 세계가 16일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의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 두 동굴은 발견 당시 연구.탐사팀에 의해 사진이 공개된 이후 이날 처음으로 언론에 그동안 숨겨뒀던 신비의 장면을 보여 줬다.

용천동굴은 2005년 전신주를 세우려다 지반이 꺼지면서 발견된 굴이다. 취재진은 그렇게 뚫린 구멍으로 사다리를 이용해 동굴 속을 찾았다.

동굴 입구에서 바다 쪽으로 약 2㎞ 구간에 갖가지 용암 생성물과 석회 생성물이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펼쳐져 있었다. 속이 빈 검은색 롤케이크 같은 140m의 용암 두루마리와 화산 폭발 당시 용암의 흐름을 짐작하게 하는 3단 용암폭포, 평평하게 잘 다듬어진 용암 선반 같은 다양한 용암 생성물이 이어지고 있었다. 동굴 천장의 하얀 빨대 같은 종유관, 바닥의 황금빛 석순, 석주, 동굴산호, 동굴진주 같은 탄산염 생성물도 곳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제주도청 문화재과 최돈원 박사는 "용천동굴은 지금으로부터 약 40만 년 전 주변 기생화산인 '거문오름'이 폭발하면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굴의 끝 부분에 다다르자 에메랄드빛 맑은 물이 가득 찬 널따란 호수가 나타났다. '천년의 호수'라고 명명된 이 호수는 폭 7~15m, 길이 200m, 수심 6~15m 규모로 영국과 호주 등 외국의 동굴 전문가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용천동굴의 백미다.

용천동굴과 1㎞ 거리에 있는 당처물동굴 역시 환상의 세계다. 길이 110m, 폭 5.5~18.4m, 높이 0.3~2.7m 규모의 작은 동굴이다. 하지만 이 동굴엔 땅 위를 덮고 있는 패사(貝沙)층의 탄산염 성분이 빗물에 의해 유입, 석회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종유관.석순.석주.종유석.동굴산호가 화려하게 등장한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은 2005년과 1995년 각각 천연기념물 466호와 384호로 지정됐다.

제주=양성철 기자 , 제주=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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