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청도군 새마을운동 기념사업 경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12일 청도군 청도읍 신도1리. 마을 입구에 공사가 한창인 2층 건물이 나타난다. 레미콘 차량이 싣고 온 콘크리트가 건물 2층에 쏟아지고 있다. 덕성건설 이영희(47) 소장은 “새마을운동기념관 공사”라며 “골조공사가 마무리 단계여서 내년 9월 완공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공정은 현재 30%.

인근 바위엔 ‘새마을운동 발상지’라는 표석(1985년 12월 건립)이 세워져 있다. 표석 둘레엔 56개의 새마을 기가 펄럭인다. 청도군의 새마을운동 발상지 가꾸기 사업 현장이다.

이런 가운데 포항시도 기계면 문성리에 청도군과 비슷한 사업을 펼치고 있어 중복 논란이 일고 있다. 올 초 ‘발상지 원조 논란’에 이은 2라운드 ‘사업 경쟁’인 셈이다.

◆‘쌍둥이 사업’하는 포항시와 청도군= 두 시·군의 경쟁은 치열하다. 청도군은 지하 1층 지상 2층(면적 1494㎡), 포항시는 지상 2층(825㎡)짜리 새마을운동기념관을 짓는다. 공사 중인 청도군과 달리 포항시는 오는 12월 착공해 내년 말 완공한다. 용도가 같아 기념관엔 전시실·회의실 등을 갖추고 건물 앞엔 공원과 광장을 조성한다.

두 시·군은 새마을지도자 등을 통해 새마을운동 당시 물품과 장비, 관련 자료도 경쟁적으로 모으고 있다. 양측은 “기념관을 관광 자원화하고 새마을운동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건립비는 청도가 52억 원, 포항시가 29억 원이다. 그러나 청도군은 군비 35억 원 외에 도비 7억, 국비 10억 원을 확보한 상태지만 포항시는 시비 7억2500만 원 외에 도비 7억2500만 원과 국비 14억5000만 원을 지원받을 생각이다.

청도군 청도읍 신도1리에서는 새마을운동 발상지 가꾸기 사업이 한창이다. 사진 오른쪽 끝에 공사가 한창인 새마을운동기념관이 보인다.

양 시·군은 신도1리와 문성리에 마을 안길 등을 포장하거나 새마을운동 이전의 초가집·담장·화장실 등 재현사업도 벌인다. 시·군의 인터넷 홈페이지엔 발상지와 관련된 다양한 증빙자료를 올리고, 발상지 홍보를 위해 마을 입구에 많은 새마을 기와 간판 등을 세웠다. 이들 마을엔 발상지 표석은 물론 박정희 전 대통령 순시 기념비 등 관련 증거물이 많아 일반인은 어느 곳이 발상지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다.

◆진짜 발상지(發祥地)는=포항시 직원 이지후(54)씨는 “ ‘큰 사업이나 문화가 처음으로 일어난 땅’이란 발상지의 사전적 의미대로라면 성과가 잘 나타난 문성리도 발상지로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시 차원에서 문성리를 발상지로 확정했다”고 전했다.

청도군 직원 김용배(47)씨는 “박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의 ‘한국경제정책 30년사’ 등을 보면 신도마을이 발상지임에 틀림없다”며 “새마을운동이 제창된 뒤 사업을 잘한 곳을 발상지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양 시·군의 주장이 맞서자 경북도는 “딱히 내놓고 얘기하기가 난처하다”는 태도다. 김관용 지사도 도의회 질의 때 학계· 전문가 의견을 들어 발상지를 규명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포항시 문성마을 입구에 박정희 전 대통령 순시 기념비와 새마을운동 발상기념비, 문성 양수장 설치 기념비가 나란히 서 있다. 이들 비석 주위엔 새마을운동 발상지를 기념하는 새마을 기와 간판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전문가들은 청도가 발상지라는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새마을운동 중앙연수원 정갑진(58) 부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69년 8월 신도마을의 수해 복구 작업을 보고 70년 4월 새마을 가꾸기 운동을 주창했다”며 “시기적으로 발상지는 청도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성리는 새마을운동 제창 1년 뒤인 71년 전국의 다른 곳과 함께 새마을 가꾸기 우수마을로 선정돼 71년 9월 대통령이 순시한 곳”이라고 밝혔다.

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