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터넷 지하드' 전사 자처하는 블로거들

중앙일보

입력

"지하드(성전·聖戰)를 펼치는 방법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이라크·아프가니스탄·알제리에서 다른 이슬람 전사들과 함께 싸우는 것, 둘째 돈을 보내 지원하는 것, 셋째 미디어 전쟁의 일환으로 호전적인 비디오를 확산하는 것. 나는 지금 셋째 방법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21세 청년 사미르 칸은 '인터넷 지하드'의 전사를 자처하는 블로거다. 지난달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민들에게 보낸 동영상 메시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을 포함해 여기저기에서 극단적인 이슬람 주장이 담긴 콘텐트를 퍼다 나르는 데 열심이다.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들의 목소리를 서방의 청중에게 전하는 일종의 중계기지 노릇을 하는 셈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뒤 뉴욕 퀸스에서 자라난 그는 원래 헐렁한 바지를 걸친 채 속어를 즐겨 쓰던 평범한 10대 소년였다. 그러나 15세 때 북미이슬람기구(IONA)라는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가 주관하는 여름 캠프에 다녀온 뒤 무슬림(이슬람신자)으로서의 정체성에 눈을 떴다. 옷차림이 점잖아졌고, 정기적으로 기도를 올렸으며, 즐겨듣던 힙합 음악도 끊었다.

"굳건하고 강한 무슬림이 되겠다"고 결심한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옮긴 뒤 2005년말 '인샬라 샤히드(Inshallahshaheed)'란 블로그를 열었다. 알렉사닷컴(Alexa.com)이란 사이트에 따르면 칸의 블로그는 전 세계 1억 개의 인터넷 사이트 중 방문자 수 기준으로 상위 1%에 든다고 한다. 가족들의 반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자체 검열에 따른 블로그 차단 등 갖가지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지는 결연하다. "진리를 전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15일자는 칸의 블로그처럼 인터넷에서 호전적인 이슬람의 시각을 전달하는 영문 웹사이트가 100개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의 반테러 전문가들이 집계한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을 활용한 지하드는 갈수록 기세를 더하고 있다. 알 카에다는 올 들어 3일에 한번 꼴로 동영상을 배포하고 있다. 이라크의 반군단체들은 한 술 더 떠 거의 하루 한 번 꼴로 동영상을 내놓는다.

이런 양상은 지난해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알 카에다의 지도자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유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르카위는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인터넷의 위력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다른 죄수들을 독려해 뉴스 레터를 만들었는데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이를 유럽으로 보내 웹사이트에 올렸다는 것이다. 그는 또 비디오 카메라를 무기로 활용하는데도 관심이 많았다. 모든 전투 그룹이 비디오 카메라를 보유해야 하며, 모든 작전을 촬영하라는 게 그의 지시사항이었다.

그 뒤 호전적인 이슬람 단체들의 인터넷 지하드 전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차량 폭탄 테러 장면을 뮤직 비디오처럼 편집해 유튜브(YouTube·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바로 올려도 될 정도의 세련미를 갖추는 게 대표적이다.

흑인·소수 민족 등 소외 계층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메시지를 개발하는 것도 그들의 전략 중 하나다. 일례로 지난해 빈 라덴의 오른팔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말콤X(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를 찬양하면서 "우리는 (흑인을 포함해) 모든 인류를 압제로부터 구하기 위해 싸운다"는 동영상 인터뷰를 배포했다. 이 인터뷰는 월 160만명이 방문하는 인기 힙합 웹진 바이브(Vibe)에 게재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신예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