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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후보 뽑아 놓고 최종 후보가 아니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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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끝났다. 민주당도 경선을 마쳤다. 그 결과 신당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민주당에서는 이인제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이로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민노당 권영길 후보와 함께 원내 4개 정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됐다. 대통령선거를 불과 두 달 남짓 남겨놓고서야 비로소 후보가 결정된 것은 유감이지만, 이제부터라도 당내의 경선 후유증을 빨리 수습하고 전열을 정비한 뒤 국민 앞에 정책을 내놓는 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경선에서 승리한 것만으로도 축하받을 일이다. 그러나 지금 신당이나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과정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9명의 예비 후보가 시작한 신당의 경선이나 5명의 예비 후보가 나왔던 민주당의 경선은 준(準)플레이오프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들은 부전승으로 올라간 셈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과의 단일화 게임을 남겨놓고 있다. 프로 야구나 프로 축구도 아닌데 무슨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치른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라면 당당히 대선 후보를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마땅하다. 이건 내각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벌어지는 정당 간 정책연합이나 연립정권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대선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지금 선출된 원내 제1당의 대선 후보가 최종적으로 대선에 나설 후보가 아닐지도 모른다니, 이 무슨 코미디인가. 문씨 측은 “단일화 작업은 늦을수록 좋다”고 하니 국민은 이명박 후보와 맞설 후보를 11월 말이나 돼야 알 수 있다는 말인가. 더구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나도는 형편이다. 이는 그야말로 정당정치를 희화화하고 정치를 비웃음거리로 전락시키는 한심한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신당의 일부 의원은 벌써부터 문국현씨 쪽으로 옮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럴 생각이었다면 그들은 왜 몇 차례나 당을 깨고 탈당하면서 신당을 만들고 경선에 참여했는가. 그럴 바에는 신당에 들어가지 말고 일찌감치 문씨 쪽에 갔어야 하지 않았는가. 정동영 후보도 억울해 할 것 하나도 없다. “후보로 선출되면 곧바로 후보 단일화에 나서겠다”고 했으니 그 스스로 화를 자초한 셈이다.

이제 우리 국민도 정치적으로 성숙했다. 얄팍한 정치공학이나 정치기획 나부랭이에 의지하기보다 지금 선출된 후보를 중심으로 대선에 임하겠다는 당당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정당의 최소한의 도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