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 그 아름다운 춤사위

중앙일보

입력


한국무용의 기본동작은 걷기다. 살포시 걷고, 애교스럽게 걷고, 절제하며 걷고…. 말하자면 한국무용은 한발 한발 내디디며 내면의 흥과 멋, 신명이 다양한 움직임으로 표출되는 춤이다. 이는 발걸음과 춤사위로 삶의 한과 비애, 슬픔과 기쁨을 표현해야 하는 이중적 구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용은 걷는 걸음걸이와 발의 모양만으로도 춤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 신이 나며 흥을 돋는 걸음걸이로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추는 춤은 민속춤이다. 궁중 춤은 장단의 변화와 함께 디딤새의 기교가 현란하면서도 조급하지 않은 절제미를 보여준다.
예인 춤은 한국의 예인들을 통해 그 역사와 전통이 전수되고 있는 춤으로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 중 교방 춤, 재인 춤, 무속 춤을 알아보자.


■여성스럽게 걷는 교방 춤
교방 춤(기생 춤)은 방안에서 추던 춤으로 매우 여성스럽고 섬세한 표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전달이 용이한 춤으로 몸의 꼬임이 많다. 또 안으로 모아주거나 원형지향적인 춤사위를 많이 표현한다.
섬세하게 뒤꿈치를 들거나 끌어당기는 걸음, 잘게 걷는 종종걸음, 끌어 붙이거나 밀어당기는 발사위가 교방 춤 걷기 동작의 기본이다. 또한 무릎의 굴신(屈伸)이 커서 한국무용의 특징인 신명과 흥이 멋스럽게 표현된다.


■남성답게 걷는 재인 춤
재인 춤은 교방 춤과는 반대로 남성적인 성향이 강한 걸음걸이와 외부로 발산하는 듯한 춤사위를 보여준다. 즉, 꾸며서 보여 주기보다는 정갈함과 단아함을 표현하면서 넘치고 지나치지 않게 중도를 지키는 균형의 춤이자 절제하며 걷는 춤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땅을 다지며 걷는 발동작이 많다. 홑 디딤(한걸음)과 겹 디딤(두발로 걸음)으로 잘게 걸어주며 잦은 발(작게 걷는 발)로 원형을 그리면서 땅을 다지듯이 춤을 춘다. 발을 찍거나 들거나 돌리는 등 발동작에서 기교를 부리기도 하는데, 이때 상체는 절제되고 단아한 춤사위를 보여 주어야 한다.

■강렬하게 걷는 무속 춤
무속 계 춤에는 나비춤, 법고춤 등의 불교 의식무용과 종묘제례일무, 굿 의식 중 행해졌던 무속 춤들이 있다. 이들 춤사위의 공통점은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한 긴 수건을 통해 동작의 폭을 크게 해서 한을 풀고 삶을 한 단계 넘어서는 인간의 강한 의지가 표현되는 춤이기도 하다.
때문에 발동작은 매우 무게가 있고 진중한 느낌이다. 엇 딛는 걸음과 멈추는 동작, 발 들기, 발 찍어 모으기 등의 발동작이 많고, 언제나 왼발을 드는 독특한 특징도 있다.

정유진 객원기자 doongjee@joins.com
사진_김경록(프리랜서 사진가)
도움말_차수정 (숙명여자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