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슈트키드의낮과밤>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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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학생 朴漢相군 부모 살해사건을 계기로 기획된 中央日報의「파라슈트 키드」시리즈 연재가 끝났다.조기 유학을 포함한 해외유학전반의 실태.문제점등을 현지취재를 통해 점검,유학자율화를 앞두고 바람직한 유학문화를 재정립하는데 취지를 둔 이번 기획보도에많은 학부모.독자들이 깊은 관심을 보였다.연재를 마무리하면서 관계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이자리에는 하버드大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화제가 됐던 洪政郁군(24.北京대학원 재학)등 1남2녀를 모두 조기 유학시킨 영화 배우협회장 南宮遠씨(60.본명 洪京一)의 부인 梁春子씨(54)가 학부모의 입장으로 참석했다. ▲鄭湳煥총무=「파라슈트 키드」시리즈를 계속 읽고 스크랩하면서 中央日報의 기동성에 놀랐습니다.
「파라슈트 키드」,조기 유학생의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이 안고있는 문제점에서 파생된 한 단면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입시위주 교육의 근본문제에 대한 개선이 늦어지는등 우리 교육정책의 문제점은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따끔히 지적됐어야 했다는 생각입니다.
▲梁春子씨=우리나라 학부모 대부분이 유치원 시절부터 국민학교까지 월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까지 과외비등 엄청난 私교육비를 쓰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전체 학생중 절반정도는 대학입시 낙방 이후 아무런 대안없이 방치되고 있지요.
더 큰 문제는 현행 교육제도 아래에선 재능있는 학생의 능력은하향평준화를 강요당하며 公교육제도의 평균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학생은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과 함께 좌절감까지 짊어져야 한다는점입니다.
개인적으로 같은 교육비를 투자했을 경우 유학에서 얻는 결실이더 값질 수 있는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고 봅니다.다만 부모가아닌 본인 스스로 유학의 필요성을 느끼고 원할 때 좋은 결과가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부언하고 싶습니다.
▲鄭총무=같은 생각입니다.교육환경의 모순은 학생과 학부모에게유학을 대안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있는게 현실이고,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을 감안하면 조기유학생은 앞으로 더 늘면 늘었지 결코 줄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럼에도 일부 유학생의 일탈행위를 문제삼아 유학 전체를 도피유학.방탕유학으로 몰아붙인 채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鄭東勳과장=조기유학에 대한 정부의 기본입장을 이해시켜 드리기 위해서는 유학정책 변천과정을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외환.경제사정이 열악했던 60년대부터 70년대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유학정책은 전면규제 원칙 아래 소수 인원만을 선발,제한적으로 유학을 허용하는 소위 엘리트 중심의 유학정책을 유지했습니다. 따라서 국사.논문.외국어등 유학생 선발시험을 실시했었지요. 80년대에는 대학 재학생 이상의 유학을 허용하면서 고졸자이하의 유학을 규제하기 위해 국사.논문시험을 폐지하고 외국어 시험만 존속시켰던 대학생중심 유학정책이었습니다.
90년대 들면서 교육시장 전면 개방에 대비한 유학 자율규제 정책을 펴 고졸자에게만 외국어시험을 존속시켰고,올 7월에는 고졸자의 유학자격 외국어시험마저 폐지했습니다.
이 조치는 정부의 유학정책이 그동안 학.석.박사등 학위취득중심의 유학장려에서 어학능력이 다소 부족한 고졸자에게도 컴퓨터.
디자인등 기능취득 유학의 길을 터줬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정부는 교육시장 개방에 대비해 전면적인 유학개방정책을 목표로단계적인 조장과 지원조치를 취해가고 있습니다.
▲梁씨=하지만 정부는 중.고생 유학금지 원칙만 반복하면서 아무런 정보제공 기능이나 사후관리역할을 담당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저도 당초 아들의 유학을 반대하다 아들 고집에 손을 들었던 학부모지만 유학의 적기를 선택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학생 개인의 소신과 능력에 달려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에 뿌리를 둔 학생이라면 그 나이가 15세라도 유학이 빠르지 않고 25세이어도 늦지 않습니다.
학업능력을 몇세이하나 몇세이상,중졸이상이나 고졸이하 식의 획일적 기준으로 정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현실적으로 편법 조기 유학을 막을 방법도 없으면서 말입니다.
▲鄭과장=중.고 재학생의 유학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자기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정서적 미숙단계의 청소년이 무방비 상태로 외국문화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교육적 차원에서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도 예.체능분야나 과학.수학분야등 영재의 선별적 조기유학과 부모가 동반된 조기유학등은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 부족하지만 재외국민 교육차원에서 유학생회 조직이나 영사업무를 통해 유학생을 지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유학으로 더 많은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보통교육이 강조돼야할 시기에 있는 중.고생 유학의 전면개방은 시기상조라는 것입니다. ▲鄭총무=유학은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지원과 조장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부의 단계적 유학자율화 조치만으로도 「유학이나 가자」는 식의 또다른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되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와 뚜렷한 목적의식,그리고 철저한 사전.사후관리만 이루어진다면 유학이 국제화.개방화시대에 걸맞은 인재를키워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데도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정부의 조기 유학 규제조치는 재고돼야 한다고 봅니다.
▲梁씨=1남2녀 모두 중.고교시절에 유학시키고 뒷바라지하면서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아이들의 어린 나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사전준비만 돼있다면 유학적기는 고졸이후가 아니라 중2~3시절이라는게 제 생각이죠.
오히려 85년 당시 중3 아들을 유학시키면서 부닥쳤던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정보를 구할 길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보부재 문제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하버드大 진학때만 하더라도 지원방법중 특차전형과 일반전형이 있고 특차전형에 지원했다 떨어지면 일반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는사실,특차전형도 합격하면 반드시 그 대학에 가야하는지 마는지를선택할수 있다는 사실등을 현지에 가서야 알 수 있었지요.
교육시장 개방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일부의 부작용을 우려해「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식의 소극적 유학정책보다는 반대로살아있는 정보제공으로 길을 인도해주는 정부차원의 정책이 절실합니다. ▲鄭과장=「파라슈트 키드」시리즈 연재 이후 교육부에서도유학정보 부재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 파견된 교육관및 교육원을 통해 중.고교를 포함한각국의 교육제도와 특징을 소개하고 최소한 자신이 선택한 교육기관의 수준을 검증해볼 수 있도록 하는 유학정보 종합 책자를 발간하고자 준비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 책자가 마련되고 매년 보완돼 일선 교육현장에 배포되면 지도교사의 유학지도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鄭총무=유학업계에서는 상당수 주요 국가의 교육기관별 기본 안내서가 발간되고 있고 한국유학협의회 산하에 소비자불만처리센터를 운영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차원에서 해외주재 교육관등 공식채널을 활용,보다폭넓은 유학정보를 늘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人力수급 대책을 유학 알선업계에서도 그 정보를 제공받아일반인들에게 서비스할 수있고 대학마다 설치된 국제교육 관련부서에서도 책자나 전산망등을 통해 그 정보를 활용할수 있게 되면 학생들이 학교에서 바로 정보를 접하게 돼 불필요한 혼란과 번거로운 절 차를 줄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梁씨=동감입니다.유학인력의 국제적 감각과 국내인력의 특성을서로 조화시키고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전반의 유학에 대한 인식이 재정립돼야 하며 이를 위해 국가가 나서줘야 할 것입니다.
▲鄭총무=유학을 통해 취득한 학위가 역시 정보부족으로 인해 특정분야에만 몰려 국가차원에서 고급인력의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점도 신중히 대책을 연구해야 할 부분입니다.
학위취득자들에게 신고를 강요하는「통제식」보다는 해외 교육관들을 적극 활용해 현지 대학이나 유학생회등을 통해 파악할수 있을겁니다. 어느 분야가 취약하며,전망이 밝은지등을 알고 유학에 임하게 하는 것이 국가적인 인력낭비를 덜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테니 말입니다.
▲鄭과장=국제화와 교육시장 개방화의 가속화를 앞두고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갖고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지적된 기능들의 활성화 방안도 보다 적극적으로 연구하겠습니다.
그러나 유학자율화의 폭이 넓어질수록 학생과 학부모 스스로가 져야하는 책임이 함께 무거워진다는 점도 결코 잊어선 안될 시점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리=權寧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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