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 청원 통합 물 건너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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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0년 묵은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의 시.군통합 문제가 청원군의 '시승격 추진'선언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오효진 청원군수는 최근 "2006년까지 반드시 시로 승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군은 3월께 추진위원회와 실무추진단을 구성할 예정이며 이미 경기도 양주시 등에 대한 벤치마킹에 들어갔다.

이에 한대수 청주시장은 3일 "문화와 생활권이 같은 청주-청원 행정구역이 통합되면 시장직을 사퇴하고 통합시의 시장 선거에도 안 나갈 것"이라며 모든 기득권 포기 의사를 밝혔다.

통합론에 쐐기를 박으려는 청원군과 통합론의 불씨를 지피려는 청주시의 동상이몽이 신행정수도의 이전이라는 변수를 앞두고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승격 계획 왜 나왔나=청원군은 최근 오창.오송단지 조성과 경부고속철도 오송역 설치 등으로 발전잠재력이 무궁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오창단지에 건설하는 아파트만 8천4백여가구로 2006년까지 최소 3만명의 인구증가가 예상돼 시승격 요건을 갖추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

吳군수는 "놔두면 오창.오송시가 생겨 청원군이 사분오열될 수 있다"며 시승격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군수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승격 과연 가능한가=현행법상 도농(都農)통합시로 승격하려면 인구 2만명 이상인 도시지역이 2개 이상이고 그 인구가 5만을 넘되 군 전체로는 15만명 이상이어야 한다. 군은 2006년이면 오창단지 입주로 현재 12만3천명인 인구가 18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2.3차산업 종사자 비율이나 재정자립도의 기준은 이미 충족된 상태다.

그러나 행정수도라는 변수 말고도 청주를 도너츠형으로 둘러싸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행정과 도시계획의 광역화 필요성과 관련,승격 여부는 미지수다.

?청주시 입장=뻗어나갈 공간이 부족한 시로서 난감한 처지가 되자 韓시장은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

그는 "지역발전과 경쟁력 제고, 중복투자 방지, 주민복지 향상 등을 위해 통합이 바람직하다"며 "통합의 전제 아래 吳군수가 주도권을 갖고 청주시까지 포함해 '범 청원시' 추진을 위한 용역을 실시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청주역~옥산면간 도로확장, 시립도서관의 청원군민 이용 개방 등 화해분위기 조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나 군을 자극하는 여론조사는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충북도 입장=통합을 내심 반기지 않아온 도는 뚜렷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통합되면 인구가 73만여명으로 도 전체의 50%에 달해 도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시승격 요건을 갖출 가능성이 있어 청원군 주장을 일축할 수도 없다"며 "다만 지리적 특성으로 어디에 구심점을 둘 것인지에 따라 전체 군민의사나 행정서비스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어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대 황청일(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을 줄이고 행정서비스를 향상시키는 차원이라면 몰라도 시승격 그 자체가 능사는 아니다"며 "청원군의 시승격은 청주를 둘러싼 지리적 형태나 여건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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