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국방·외교 장관의 소신 발언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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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다음달 평양 2차 국방장관 회담과 관련,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한다는 군의 입장을 지키겠다”고 참모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또 “장관이 된 뒤에 늘 사표 문제를 고민했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껏 북한과 협상할 것”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NLL이 영토선이 아니라고 천명한 노무현 대통령의 판단을 따르기는 곤란하다는 뜻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어 매우 주목된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도 이와 비슷한 소신 발언을 했다. 그는 “지금 고려할 수 있는 것은 ‘평화체제 협상’을 개시하는 것”이라며 “종전선언 자체는 이 협상의 끝부분에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선언’은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마지막 단계라는 의미다. 이는 ‘종전선언’을 먼저 한 후 ‘평화체제 협상’으로 가겠다는 방침인 청와대의 시각과는 사뭇 차이가 난다. 평화협정 체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니까 ‘종전선언’이라도 임기 내에 성사시키겠다는 청와대의 판단에 제동을 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금 우리 사회는 NLL과 ‘3, 4자 정상 간 종전선언’ 등을 둘러싼 노 대통령의 얼토당토않은 발언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기가 막힌 정도를 넘어 극심한 심리적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군이 50여 년 동안 ‘영토’로 알고 사수해 온 NLL을 군 통수권자가 느닷없이 ‘그런 것이 아니다’고 어깃장을 놓았다. 그것도 군과 국민을 설득할 만한 아무런 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서 말이다.

 ‘3, 4자 정상 간 종전선언’도 마찬가지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이 대목이 포함되자 국민들은 해당국이 누구인지 비상한 관심을 기울였다. 3자가 ‘남·북·미’인지 ‘북·미·중’인지 그 조합에 따라 한국에 닥칠 파장이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별로 관심 안 가지고 문안 보고 넘겼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전혀 하지 않았다는 무책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진 국정 최고책임자로선 있을 수 없는 행태였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기존 판단을 재고할 가능성은 없어 보여 국민들로선 답답한 심정 금할 길이 없었다.

 따라서 이번 두 장관의 소신 발언은 국민들로 하여금 안도감을 갖게 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노 대통령만큼 주무부처의 판단을 이렇게 무시하고 훼손하는 대통령은 없을 것이다.

‘NLL은 영토 개념’이라는 국방부의 주장을 계속 용인하다가 임기 말에 와 느닷없이 제동을 거는 정권이 어떻게 정상인가. 향후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게 자명한 평화협정 관련국 정상회담을 건성건성 대하는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물론 두 사람도 심적으론 엄청난 부담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청와대도 두 장관이 오죽했으면 이런 발언을 하게 됐는지 그 충정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몰아붙이기나 한다면 더욱 큰 국민적 반발이 있을 것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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