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은 끝이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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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09면

“어머머….” “어쩜!”
전시장 곳곳에서 탄성이 터진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02-580-1489)에서 22일까지 열리는 ‘디자인 메이드(Design MADE) 2007’은 국내외 디자인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현장이다. 한국·스위스·포르투갈·영국·네덜란드·터키·캐나다·일본 등 10여 개 나라에서 모인 젊은 디자이너들이 싱싱하고 왕성한 상상력을 뽐내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 3회 Design MADE - 호텔異多

2005년 시작해 3회째를 맞은 ‘디자인 메이드’ 올해의 주제는 ‘호텔이다/ 호텔異多/ It’s Hotel’. 이동이 많은 현대인의 삶에서 새로운 공간으로 주목받는 호텔이 이렇게 무한한 창조의 샘이 될 수 있을까 놀라게 된다. ‘싱글 룸-외로우세요?’ ‘더블 룸-행복한가요?’ ‘비즈니스룸-바쁘신가요?’ ‘스위트룸-꿈이 있나요?’로 나눠 각각의 호텔 공간에 맞춤한 아이디어를 국내외 디자이너 40여 팀이 내놨다.

사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공

낯선 곳에서 잠 못 드는 이라면 이 이불(사진 1)이 참 탐날 듯하다. 이불 위에 동화가 새겨져 이리저리 뒹굴면서 읽다 보면 스르르 잠들지 않을까. 포르투갈 디자이너 티에고 다 폰세카는 어린 시절 잠자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던 부모를 떠올리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겹겹으로 된 이불이어서 동화가 여러 편 담길수록 따듯해진다.

호텔 공간 속에서 갑자기 막막해지며 ‘내가 왜 여기 있을까’ 싶은 분은 원소희씨가 제안하는 이 소통 도구(사진 2)를 활용하시길. 창문 바깥에 한쪽 통을 대고 귀를 기울이면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사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공

이 근사한 쉼터(사진 3)가 모두 종이로 만든 것이라면 믿으시겠는가. 디자인 스튜디오 ‘몰로 디자인’은 부드럽고 유연한 재료를 활용한 ‘소프트(soft)’ 시리즈로 유명하다.

요즘 세상 많은 사람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살’이라는데 이 호텔용 수건(사진 4)이 그 공포를 좀 덜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창덕·전진수씨가 만들어 이미 판매하고 있는 이 수건은 줄자를 수건 밑단에 대서 늘 허리둘레를 잴 수 있게 한 간단한 아이디어로 큰 반응을 얻었다.

리모컨은 꼭 딱딱하고 길쭉하며 여러 개의 누름단추가 달린 것이어야 할까. 유하연씨가 고안한 이 리모컨(사진 5)은 종이접기를 응용해 좌우로 색종이를 접으면 텔레비전 채널이 돌아가게 돼 있다.

명품 의자 한 점이 수천만원에 팔리는 시대에 그런 근사한 곳에 앉지 못해 섭섭했던 분이라면 이 의자(사진 6)는 어떨까. 스위스의 디자인 스튜디오 ‘슈타우파허 벤즈’가 내놓은 이 익살스러운 제품은 의자 다리에 의자 몸체가 그려진 옷을 입고 앉아 스스로 명품 의자가 되는 개념이 깜찍하다. 제목도 ‘네 스스로 의자가 돼라… 그리고 걸어라’다.

여행 중 너무 외로워서 누군가 좀 꽉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분에게 이 의자(사진 7)는 애인 이상의 구실을 할 것이다. 사람이 들어가 앉으면 수축되면서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죄어주는데 편안해지는 동시에 빠져나오고 싶은 상반된 감정이 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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