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몸과 목숨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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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무리 평등사회라 해도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아래 사람있는것은 엄연한 현실이다.신분에서뿐만 아니라 몸값에서도 그 차이는 어쩔수 없이 나타난다.그런 현실을 악용하는 고약한 범죄중의 하나가 몸값을 흥정하는 인질극이라고 할수 있 다.
사람의 목숨값도 그 예외가 아니다.사고死의 경우,같은 목숨이라도 여객기사고로 죽은 사람이 자동차사고로 죽은 사람보다 훨씬비싼 보상금을 받는다.그 액수의 차이는 사망자의 수입 액수에 따라 벌어지고 그가 젊으냐 늙으냐에 따라서도 달 라진다.
그러면 죽은 사람의 몸값은 어떤가.거론하기 거북한 이 문제가최근에 보도된 두가지 국제뉴스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있다.
죽은 르완다난민의 집단매장 현장사진과,북한이 한국전쟁중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인도하는 조건으로 값비싼 대가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그것이다.돈으로 환산한다면 르완다난민 희생자와 미군 전사자의 시체 1구당 가격차는 실로 엄청나다.
굶주림과 질병끝에 죽은 르완다 난민의 경우는 그야말로 파리만도 못한 신세였다.
무수한 주검들이 마치 쓰레기처럼 구덩이에 버려지는 모습을 보니 이 세상에 과연 평등과 공평의 섭리가 존재하는가를 의심하게된다. 그런 반면 북한이 흥정대상으로 삼은 미군유해는 너무나 비싸게 매겨지고 있다.요구액이 자그만치 1구당 3만달러나 된다니 외화벌이를 위해 해괴한 짓을 서슴지않는 북한이 한심하다고 느껴지기에 앞서 죽은 뒤에도 쓰레기취급을 당하는 르완다 난민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북한에 남아있는 8천여구의 미군 유해란 죽은지 40년이 넘는 백골들이다.이쯤되면 사람팔자란 살아서나 죽어서나 나라에 달려있다 할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한 국민의 목숨값은 그가 소속된 나라의 국력에 따라 좌우된다.정부가 할 일이란 궁극적으로 국민 개개인이 나라를 잘 만나서 행복하다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本紙편집담당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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