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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blog] 프로농구도 벗겨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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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5월 26일 인천 문학야구장은 취재진으로 북적였습니다. 프로야구 SK의 이만수 코치가 “관중이 가득 차면 팬티만 입고 운동장을 뛰겠다”고 약속한 날이기 때문이죠. 경기 전 만나본 이 코치는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지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팬들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합니다. 팬이 없으면 선수도 없고 승리도 없습니다.” 결국 이 코치는 3만400석을 가득 채운 팬들 앞에서 ‘팬티쇼’를 벌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하고 나선 SK 와이번스는 팀 이름처럼 ‘날아오르는 용’이 되었습니다. 페넌트레이스를 우승으로 마쳤고, 관중도 지난해 33만1143명에서 65만6426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죠.

그런데 이 성공을 부럽게 쳐다보면서도 고민하고 있는 팀이 있습니다. 함께 SK를 모기업으로 하는 프로농구단 SK 나이츠입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야구단 못지않은 성공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몇 가지 이벤트는 이미 마련됐습니다. SK 선수들은 이번 시즌 홈 경기에서 이름 대신 별명을 적은 유니폼을 입기로 했습니다. 별명 유니폼은 노장 문경은(36·포워드)이 제안을 했고, 한국농구연맹(KBL)의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SK의 홈 경기에서는 ‘람보슈터(문경은)’ ‘에어본(전희철)’ 등 별명 유니폼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2%가 부족하다’는 분위기입니다. 이만수 코치의 ‘팬티쇼’ 만큼 센 것 한 방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죠. 그래서 구단 내부에서는 “우리도 누구 하나 벗겨야 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배 나온 문경은을 벗기자” “몸 좋은 선수를 찾아보자” 는 이야기까지 거론된답니다.

진짜로 누군가 벗을까요. 모르죠. ‘벗는 것 말고 더 좋은 이벤트는 없느냐’는 고민도 하고 있으니까요.

SK 나이츠 홍보팀 이재호 과장은 “야구와 농구는 여러 면에서 달라 똑같은 이벤트를 할 수는 없다. 농구에 맞는 이벤트를 개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조만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SK 나이츠의 이만수’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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