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 박 “골프, 키로 하는게 아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올해 LPGA투어 신인왕 안젤라 박이 5번 홀에서 티샷한 뒤 공을 바라보고 있다. 브라질 동포 안젤라 박은 올해 성적 우수자 20명만 출전한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1라운드 공동 선두에 나섰다. [팜데저트 AP=연합뉴스]

골프는 키로 하는 게 아니다.

1m65㎝의 브라질 동포 안젤라 박(19)과 1m83㎝의 미국 동포 미셸 위(18)가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 골프장(파72·6644야드)에서 개막한 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한 조로 맞대결을 펼쳤다.

연속되는 부진에 침울해진 미셸 위(左)에게 캐디로 나선 아버지 위병욱씨가 물통을 건네고 있다. [팜데저트 AP=연합뉴스]

장타자인 미셸 위가 유리할 것도 같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올해 LPGA투어 신인왕 안젤라 박은 5언더파 공동선두였고, 스탠퍼드 신입생 미셸 위는 7오버파로 20명 중 최하위였다. 무려 12타 차이가 났다.

1번 홀(파4·405야드). 한 살 차이인 두 선수는 한국말로 짤막하게 인사를 나눴다.

“잘 쳐.”
“그래, 너도.”
그러나 인사말과 달리 안젤라와 미셸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벌어졌다. 안젤라는 1, 2, 3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미셸은 3번 홀 버디로 따라붙는가 했으나 4번 홀 더블보기에 이어 5번 홀 보기로 무너져 내렸다.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안젤라가 245야드, 미셸이 253야드로 역시 미셸이 길었으나 정확도가 문제였다. 안젤라는 14번의 티샷 가운데 13차례(93%)를 페어웨이에 떨어뜨린 반면 미셸은 겨우 6차례(43%)에 그쳤다.

18번 홀을 마쳤을 때 안젤라는 당당했고, 미셸의 표정은 어두웠다.

전날 LG전자와 스폰서 계약을 하고 이날부터 모자에 LG 로고를 붙이고 나온 안젤라 박은 “아마추어 때 US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과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미셸과 두 차례 경기를 한 적이 있다”며 “처음에는 상당히 떨렸지만 1, 2, 3번 홀 연속 버디를 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또 “미셸은 예전보다 샷거리가 줄어든 것 같았다. 어제 프로암 파티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오늘은 인사를 한 뒤 한마디도 하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안젤라 박은 1988년 브라질에서 태어나 9세 때부터 미국에서 자란 선수로 지난해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올해 LPGA투어에 입문했다. 그는 “올해 목표가 ‘신인왕’과 ‘모든 대회 컷 통과’였는데 신인왕 목표는 달성했고, 컷 통과에 실패한 것은 한 번뿐이니 거의 목표를 이룬 셈이다. 점수로 따지면 75점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18번째 생일을 맞은 미셸 위는 자신감을 잃은 기색이 역력했다. 티샷이 들쭉날쭉했고, 퍼트 수도 37개로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더블보기 1개, 보기 7개에 버디는 2개였다. 미셸 위는 “힘든 하루를 보냈다. 오늘이 생일이지만 집에 가서 책도 읽어야 하고, 해야 할 숙제도 많다”며 서둘러 골프장을 떠났다.

김미현(KTF)이 4언더파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모건 프리셀(미국)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고, 박세리(CJ)·장정(기업은행)도 3언더파 공동 6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팜데저트=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