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과30분>화승실업 서진석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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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27일 신발사업을 전격 포기하고 필름제조업으로 업종전환을선언한 和承실업의 徐振錫사장(57).
그에게 지난 한달은 혹서마저 의식할 겨를이 없을만큼 바쁘고 고달픈 나날이었다.
업종전환은 회사 내부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수순이었지만 막상 전업이 결정되고 보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
당장 8백여명이나 되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진로가 문제됐고 한때 국내 최대수준을 자랑했던 신발생산 라인을 철거하는데 따른 사후처리 문제도 그의 몫이었다.
또 업종전환의 실패가능성을 우려하는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에게 향후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해줘야 했다.
무엇보다 해고 근로자들의「민심수습」이 선결과제라고 생각한 그는 종업원 한사람 한사람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회사입장을 이해시키기 시작했다.
물론 회사의 거래선을 통해 종업원들의 퇴직후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작업도 병행됐다.
이같은 徐사장의 노력으로 노사간 별다른 불화없이 공장폐쇄에 대한 종업원들의 동의를 구할 수 있었다.
76년 ㈜화승의 전신인 東洋고무에 입사,18년을 신발생산 현장에서만 보낸 그는 누구보다도 신발업종 생산직 근로자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는 전문경영인이다.
徐사장은 이제 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새로 시작하는 필름사업 성공으로 보답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필름제조업은 장치산업으로 신발업종과는 달리 인건비 부담이 적고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앞으로 화승실업은매년 1백억원이상을 필름생산설비 증설에 투자,98년까지 국내 제일의 필름제조업체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徐사장이 제시하는 2000년대 화승실업의 새로운 비전이다.
그는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약2만3천평에 달하는 부산공장부지를 팔아 충당하고 이미 흑자를 내고 있는 식품포장재(BOPP)부문의 이익금을 투입한다는 자금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89년 시작한 식품포장재 부문은 작년부터 이미 손익분기점을넘어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현재 내수및 수출 물량이 부족한 실정으로 이대로라면 98년에는 매출액 6백억원에 당기순이익 1백억원은 충분하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80년대 국내 최대의 신발수출업체에서 2000년대 국내 최대의 필름제조업체로 변신을도모하고 있는 화승실업의 야심찬 계획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釜山=글 林峯秀기자.사진전송 宋奉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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