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패티 시한 老將투혼 불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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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올해 37세인 노장 패티 시한이 미국 여자골프투어에서 불꽃투혼을 펼치고 있다.
시한은 지난 24일 여자 메이저대회중 하나인 미국여자오픈에서우승,92년에 이어 2년만에 정상에 복귀하면서 통산 다섯번째 메이저타이틀을 획득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작은 키 (1m60㎝)의 시한은 평균비거리 2백29야드(61위)로 특별히 내세울 만한게 없지만 프로골퍼중 기량이 가장 안정된 선수로 꼽힌다.프로데뷔 첫해인 80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상금랭킹 11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청바지에 컬러풀한 스웨터를 즐겨입고 화장과는 아예 담을 쌓은시한은 겉모습만큼이나 가식없는 행동으로 팬들에게 친숙함을 준다. 우승 순간 퍼터를 하늘높이 치켜들고 깡총깡총 뛰기도 하고 우승컵을 머리에 뒤집어쓰는 장난꾸러기 같은 행동은 천진난만한 아이 모습 그대로다.
시한은 LPGA선수권을 세번 제패했지만 미국여자오픈과는 억세게 운이 없었다.
88년 대회에서는 스웨덴의 로셀로테 노이만에게 연장전에서 역전패해 무명에 불과하던 노이만을 하루 아침에 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또 90년 대회에서는 마지막 라운드를 남겨놓고 12타차로 선두를 질주해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었으나 2위 베시 킹에게도저히 믿기지 않는 1타차로 역전패 당하는 「골프의 잔인함」을체험했다.
91년 2월 하와이언오픈 우승후 이듬해 6월 로체스터 인터내셔널에서 정상에 복귀하기까지 16개월 동안 우승가뭄을 겪기도 했던 시한은 지난해 3월 레지스터핑대회에서 통산 30승을 장식,골퍼로서 최대의 영예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13번째 여자골퍼로 기록됐다.
미국 버몬트주 미들베리에서 태어난 시한은 56년 미국 올림픽알파인스키 대표팀코치를 지낸바 있는 만능 스포츠맨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시절 스키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골프채를 잡은 시한은 18세때인 75년부터 4년연속 네바다주 아마추어선수권을 제패했고 캘리포니아 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두번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시한은 프로데뷔 이듬해 마쓰다 저팬클래식에서 첫승을 올린뒤 통산 32승을 기록하며 4백30여만달러를 벌어들여 팻 브래들리.베시 킹에 이어 통산상금랭킹 3위를 달리고 있다.
89년 대지진으로 캘리포니아 샌타크루즈의 집과 우승트로피를 잃어버린 불운을 겪기도 했던 시한은 5~6명의 고아를 돌보는 가슴이 따뜻한 여자다.
〈金鍾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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