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참여 生음악 무대 눈길-극단 하늘땅 소극장 카페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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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어차피 내가 만든 과거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난데없이 흘러나오는 구성진 가요 생음악가락에 레게음악에 길들여진 10대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정장 차림의 나이지긋한 異邦人(?)들의 도래에 흘끗 시선을 던진다.이곳은 선글라스를 낀 반바지족들이 활보하는 서울 동숭동 대학로 한복판.여 기에 음악에 목말라하는 30대 이상 주부들을 위한 라이브무대가 마련돼 화제다.
『오늘 플루트를 꺼내 먼지를 닦아 보세요.일상생활에 숨어있던당신의 향기가 살아납니다』를 모토로 극단 하늘땅(대표 李原丞)이 「주부 작은 음악회」라는 무대를 마련,무기한 장기공연에 들어갔다. 독창.중창.독주.합주등 클래식에서 대중가요까지 전 분야가 대상인 라이브 공연은 매일 오전10시~오후8시까지 하늘땅소극장 건물 1층 20평 남짓한 카페(02(747)4111)에서 특별한 격식없이 진행된다.
무대에 서서 뭔가 불안해 하는 모습,막상 노래를 부르면서도 손에 꼭 집어든 악보에 눈을 떼지 않는 모습등은 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외모에 쉰소리를 쏟아내는 젊은 언더가수들의 모습과자연스러움에 있어서 대조된다.
『주부들에겐 음악을 들으며 차 한잔 여유있게 마실수 있는 공간이 아쉽습니다.숨겨진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발휘할 기회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컴컴한 노래방에서 울려나오는 팡파르에 즐거워하는 것도 한두번이지요.』 국민학교 5학년생인 미애와 다섯살난재민이를 데리고 와서 『립스틱 짙게 바르고』『멍에』등 색깔있는노래를 부르는 金娟熙씨(34.서울성북구정릉동)의 얘기다.
金씨와 같이 라이브공연에 참가를 신청한 주부들은 현재 20여명.이들은 1주일 중에서 편한 시간을 골라 공연을 예약한다.단,공연 전날 이곳에 나와 리허설을 해야 하며 노래를 부를 경우4곡 정도를 준비하면 된다.
또한 주부 작은 음악회의 특징은 개그맨에서 연극배우로 전환한李原丞씨가 사회를 보며 연주를 하는 주부들의 삶의 얘기를 자연스레 우러나오게 하는 것.남편 얘기,아이들 키우는 얘기등이 공연 중간중간에 호흡을 가다듬게 한다.
주부문화운동의 차원에서 행사를 마련했다는 李씨는 행사에 드는아이디어나 시설을 모두 빌렸다.주부들에게 삶의 여유공간을 부여하자는 아이디어는 결혼한지 5년된 부인 韓甲妃씨의 것이며 무대한켠에 놓인 그랜드피아노는 영창피아노에서 장기 대여한 것이다.
또한 李씨는 재능은 있지만 주변 여건 때문에 무대에 설 수 없는 주부들이 갖게 되는 『과연 내가 무대에 설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까지 자신에게 맡겨주기를 바라고 있다.
〈康弘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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