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新3器' 마쓰시타 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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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가전업체인 마쓰시타(松下)가 '부활'에 성공했다.

마쓰시타전기(電器)는 오는 3월에 결산이 끝나는 2003년도의 영업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20%가량 늘어난 1천5백억엔에 달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불과 2년 전 2천억엔의 적자에 빠지며 '침몰하는 거함(巨艦)'이란 비아냥을 듣던 때의 마쓰시타와는 다른 모습이다. 마쓰시타는 최근 내놓는 상품마다 성공을 거두며 주식 시가총액에서도 '영원한 라이벌'인 소니를 4년 만에 따라잡았다.

전문가들은 "마쓰시타의 부활은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다 카를로스 곤 사장 취임 이후 수년 만에 '일본 제조업체 넘버 2'가 된 닛산자동차의 부활에 버금가는 경이로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디지털 가전에서 강세=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DVD리코더는 현재 마쓰시타의 '파나소닉'이 석권한 상태다. 지난해 집중적으로 투입한 신제품 '디가'시리즈가 대히트를 했기 때문이다. 또 마쓰시타가 새로 개발한 반도체로 화상처리 능력을 대거 향상시킨 액정 및 PDP TV인 '비에라'는 지난해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인기 여가수인 하마사키 아유미를 광고에 등장시킨 디지털카메라 '루믹스'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내에서 '신 3종의 신기(神器)'라 불리는 디지털 가전의 주요 세개 부문에서 마쓰시타는 두루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쓰시타는 디지털 가전용 시스템LSI(대규모 집적회로) 생산 공장을 단일 설비투자액으로는 역대 최고인 1천3백억엔을 들여 오는 5월 착공키로 했다.

◆경쟁력 원천은 기존 질서 파괴=마쓰시타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던 2000년 후반 사장에 취임한 나카무라 구니오(中村邦夫.64)가 가장 먼저 단행한 조치는 기존 질서를 '부수는'일이었다. 23년간 회장 자리에 앉아 있던 마쓰시타 마사하루(松下正治)를 명예회장으로, 부사장이던 마쓰시타 마사유키(松下正幸)를 부회장으로 밀어내고 기존 틀에 안주하려는 사내 분위기를 확 바꿔버렸다.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경영 신념이 '사람을 살리자'였지만 그는 취임하자마자 1만3천명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채산이 안맞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독자 노선을 취해온 마쓰시타전공(電工)을 자회사로 접수했다.

또 조직도 뒤바꿨다. 상품별로 개발에서 생산, 판매까지 일괄 담당하던 사업부제를 없애버리고 영업.시장조사 기능을 담당하는 '마케팅 본부'를 신설했다. 시장이 원하는 상품이 뭔지 정확하고 신속히 파악하는 전담 부서를 만들어 개발에 활용한 것이다. 이것이 상품력 증대로 이어져 폭발적 성장을 하고 있는 디지털 가전 부문을 선점하는 힘이 됐다.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마쓰시타를 제치고 시장을 석권하던 소니의 강점인 '상품력'을 이제는 경쟁사인 마쓰시타가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카무라 사장은 "현재 2%인 영업이익률을 5%로 끌어올리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며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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