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뭄대책서 보는 행정부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태풍 월트가 몰고 온 비는 그야말로 반짝 단비에 그치고 혹심한 가뭄피해가 다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번져가고 있다.물찾기 중심의 응급대책은 그것대로 추진하되,과연 정부가 평소 有備無患의 자세로 가뭄대책에 만전을 기했는지 그 잘잘못을 생각해 볼 때다. 우선 저수지가 선거때만 집중 건설되고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됐다는 과거가 드러나고 있다.87년에 그랬고,92년에도 그랬다.92년의 경우 농어촌 用水개발투자는 前年보다 1백%나 늘어난 2천8백60억원이었으나 93년에는 1천8백50억 원으로줄었다.그나마 착공된 저수지조차 공사기간이 不知何歲月로 늘어나고 있다.또한 가뭄때마다 파놓은 관정이나 저수시설은 평소 관리를 제대로 안해 가뭄이 오면 다시 파야 하는 소동을 벌이고 있다. 1년에 우리나라에 내리는 비는 1천2백억입방m를 넘고 있으나 우리가 이용하는 물은 이것의 22%에 불과하다.저수지와 댐을 늘려 用水.電力을 확보할 잠재력은 크다.
이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行政力의 빈곤 때문일수밖에 없다.거기에다 선거철에만 농민.농촌의 환심을 사려는 정치행태까지 겹쳐 국가의 기본적인 災害예방대책이 겉돌고 있는 것이다. 가뭄은 電力소비를 사상최대로 늘리고 있는데 이에 대처하는 방식도 과연 적절한지 짚어봐야 한다.전력예비율이 2%대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결국 수요증가를 너무 낮게 잡은 것이 그 원인이다.따라서 장기전원개발계획을 수정,발전소 건설계획 을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 보다는 전력수급에 차질이 올 경우 민간부문의 에너지 사용을 긴급 제한하는 法개정에만 정신을 쏟는게 오늘날 당국의 자세다.
긴급사태가 올 경우 節電命令을 내릴 수 있는 에너지이용法 개정이 시급한게 아니라 수급예측을 잘못하고 국가 인프라 건설을 소홀히한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대비책을 소홀히한데 대한 반성이 없는 行政은 가뭄이 아닌 다른 災害가 닥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교훈이라도 이번 가뭄을 통해 얻었으면 좋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