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 몰아친 ‘차이나 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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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마감 벨이 울린 9일(현지시간) 증시 관계자들은 경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 인하 소문이 돌면서 전반적으로 주가가 급등한 데 놀란 게 아니다. 1992년 중국 화천(華晨)자동차그룹이 미국 증시에 처음 상장된 이래 ‘하루 주가 상승률 톱10’에 중국 기업 4개가 동시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홍콩계 기업 두 개까지 합치면 전체 중화권 기업이 상위 10개 기업 중 6개를 차지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2200여 개다.

◆쟁쟁한 미국 기업들 제쳐=9일 하루를 기준으로 뉴욕 증시의 스타 기업은 디지털TV 관련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중국 정보기술(IT)기업 융신스보(永新視博:차이나 디지털 TV)였다. 이 기업의 하루 주가 상승률은 29.35%. 당일 구글 등 쟁쟁한 미국 기업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달 5일 상장 당시 주당 발행가는 16달러였으나 상장 당일 30달러에 거래가 시작돼 첫날에만 75%가 뛰었다. 이 기업의 9일 종가는 51.08달러를 기록했다. 기업공개(IPO) 당일과 비교하면 무려 3거래일 만에 220%가 폭등한 것이다. 베이징청년보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 검색업체인 바이두(百度)가 나스닥시장에 상장(2005년 8월)한 이후로 최고 좋은 성과”라고 보도했다.

이날 장시싸이웨이(江西賽維)LDK는 19.44%로 3위를, 차오싱(僑興)이동통신이 14.08%로 4위를, 우시야오밍캉더(無錫藥明康德)가 10.50%로 10위에 올랐다. 홍콩 기업으로는 야타이웨이싱(亞太衛星:12.50%)과 야저우웨이싱(亞洲衛星:11.92%)이 6, 7위를 기록했다.

중국 언론들은 ‘적진’으로 간주해온 미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 데 대한 자부심으로 한껏 고무돼 있다. 베이징청년보는 “앞서 2일에도 중국의 3개 기업이 하루 상승률 상위 10위권에 들어갔다”며 “중국 기업들의 활약이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총 1000억 달러 돌파 진기록=뉴욕 증시에 상장된 29개 중국 기업들의 전체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 1100억 달러(약 102조원)를 돌파했다. 대만(5개), 홍콩(7개) 출신 기업을 포함하면 중화권 기업은 41개로 시가총액은 1600억 달러를 넘는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고공 비행하는 이유로 높은 수익률과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을 들고 있다. 하루 주가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융신스보의 경우 상반기 매출이 2160만 달러, 순이익은 122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3배 증가했다. 이 업체가 개발한 디지털TV 관련 솔루션과 시스템이 정부 승인을 받은 것이 급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연평균 10%씩 성장하는 중국의 전체 경제 상황도 중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 전망을 높여주고 있는 든든한 배경이다.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아직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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