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다짜고짜 탕·탕·탕…이유불문 탕·탕·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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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미이케 다카시
출연: 기타무라 가즈키
기시타니 고로, 시오야 슌
장르: 액션 등급: 15세

누구나 유원지 사격장의 추억이 한번쯤 있을 듯하다. 인형을 세워놓고 경품을 타냈던 게임이다. 요즘 아이들은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다. 인터넷만 연결하면 수없이 쏟아지는 슈팅게임. 더블 클릭 한 방에 여기저기 숨어 있던 적들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쓰러진다.

 ‘거침없이 쏴라:슛뎀업’은 그런 영화다. 작품의 알파와 오메가가 총질이다. 다짜고짜 ‘빵빵’으로 시작해 불문곡직 ‘빵빵’으로 끝난다. 물론 잔혹한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그런데도 물리지 않는다. 값싼 영화로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일단 멋지기 때문이다. 객석의 눈을 속이는 사격기술, 그래서 순간이나마 ‘와’ 하는 탄성이 터지는 총격전이 일급이다.

 ‘슛뎀업’은 마음먹고 만든 오락영화다. 때문에 이런저런 ‘비평’을 들이대기가 어렵다. 그냥, 무료한 시간을 때우는 데 최적이다. 예컨대 주인공 스미스(클라이브 오웬)의 매력이 철철 넘친다. 총에 관한 한 일당백의 천하무적이다. 건물 바닥의 기름에 몸을 맡기며 미끄러지듯 연발 사격을 하고, 한 손에는 젖먹이 아기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백발백중 적을 쓰러뜨린다. 심지어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도 목표물을 놓치지 않는다. 연인과 절정의 타이밍에서도 쳐들어온 상대를 간단하게 제압한다. 한마디로 총천연색, 나아가 신출귀몰 총격영화다.

 얄밉게도 이야기도 제법 그럴 듯하다.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쫓기는 여인을 등장시키며 마치 연극 같은 분위기로 시작하더니, 중간중간 조직폭력배-총기제조상-부패 정치인의 삼각고리를 속속 드러낸다. 스미스의 연인 아닌 연인 퀸타나(모니카 벨루치)의 육감적 육체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한없이 사악하면서도 가족에게는 고분고분한 폭력배 허츠(폴 지아매티)를 통해 킥킥 웃음도 자아낸다.

 스크린에는 만화의 상상력과 게임의 활달함이 그대로 투사된 것 같다. 화면으로는 ‘씬시티’와 ‘300’를 잇는 듯하고, 액션으로는 우위썬(吳宇森)을 따라가는 부분도 있다. 모든 게 섞였지만 그래도 맛은 좋은 ‘비빔밥’ 영화다. 소화불량에 걸릴 염려가 전혀 없으니, 그냥 가서 즐기자, 그리고 웃자. 단, 영화와 현실의 엄연한 단절은 절대 잊지 마시길.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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