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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맨발로 걷는 흙길, 발은 즐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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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은 인체의 축소판 혹은 제2의 심장으로 불린다. 그만큼 전신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서 있을 때, 혹은 하루 종일 돌아다닐 때, 발은 그 피로를 가장 먼저 느낀다. 발만 잘 다스려도 우리 몸을 더 건강하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발이 건강하려면 적당한 자극을 주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발에 분포하고 있는 각종 경혈점을 자극하는 발 지압이 건강관리의 첫 걸음으로 꼽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밟느냐다. 체질에 맞지 않는 지압 재료로 무조건 자극을 주는 것은 도리어 발을 피로하게 만들 뿐이다. 발에도 몸의 성질에 따라 궁합이 맞는 지압 재료가 있다.

자갈 동네 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지압로(路)의 재료다. 운동 뒤 발의 피로를 풀기 위해 맨발로 자갈을 걷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자갈을 고정시키기 위해 바른 바닥의 콘크리트 때문이다. 특히 아토피를 앓는 어린이나 피부가 약한 여성들은 맨발 자갈 걷기를 피해야 한다. 또 사람들이 주로 산책을 하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는 자갈의 온도가 낮기 때문에 몸의 성질이 차가운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모래 모래 밟기는 무좀과 피부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래에는 각섬석과 자철석·규산 등이 들어있어 신경통·부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도 유용하다. 몸이 찬 사람은 찜질모래, 몸이 더운 사람은 파도가 넘나드는 백사장이 좋다.

 흙은 가장 흔한 재료면서 지압 효과가 가장 좋은 재료다. 그 효능이 아직도 다 밝혀지지 않았을 정도로 방대하다. 체질과 온도, 세균 감염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시골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황토는 약성(藥性)이 뛰어나다. 『본초강목』에는 “그 맛이 달고 독이 없어 황토를 침전한 물을 데워 마시면 설사와 같은 복통을 잠재울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갯벌 갯바닥에 있는 거무스름하고 미끈미끈한 고운 흙을 개흙이라고 한다. 개흙은 예로부터 발 지압과 발 마사지의 고급 재료로 쓰여 왔다. 자갈이나 모래밭이 주로 발바닥을 자극하는 데 반해 갯벌은 발바닥 전체에 골고루 압력을 가한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안락한 느낌을 준다. 열 조절 능력도 뛰어나 체질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잘 맞는다. 미네랄·게르마늄·벤토나이튼 등의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노화방지, 피부 노폐물 제거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 단, 발에 심각한 상처나 부스럼이 있을 땐 피해야 한다.

 지압용으론 다소 생소한 재료지만 바닥에 흘려두고 조심스럽게 밟으면 피로 회복, 굳은살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전족을 신던 옛날 중국 여자들은 꿀 지압을 이용해 발의 피로를 풀었다고 전해진다.

나무 고체로 된 지압 재료 중에서는 가장 안전하고 무난하다. 성질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고, 불필요한 열전달이 없어 누구에게나 잘 맞는다. 다만 세균이 서식하기 쉬워 세척·관리를 잘못하면 쉽게 갈라지는 단점이 있다. 물로 씻어낸 뒤에는 응달에서 건조시키고, 물기를 다 제거한 뒤에 햇빛에 소독해야 한다.

 최근 들어 고급 지압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마그네슘·아연·규소·철·망간 등 인체 생원소(bio-elements)로 이뤄져 있다. 이중 마그네슘과 아연 등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추위를 잘 타는 소음인과 태음인에게 잘 맞는다.

금·은 최근 금이나 은으로 된 지압 제품이 효도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체질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고가품의 지압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금·은·구리 등은 몸을 차갑게 하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몸이 더운 태양인과 소양인에게만 적합하다.

설은형 객원기자
도움말=김수범(한의학 박사), 길인배(침술가), 이연월(대전대학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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