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나체 상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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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적인 美國의 팝 가수 마돈나는 예술가인가 섹스商人인가.재작년엔가 마돈나가 加虐.被虐性 변태성욕과 동성애 그리고 노출증등 온갖 性的 쾌락을 주제로한 畵報集『섹스』를 내놓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품었던 의문이다.여성운동가들과 보수주 의자들은 당연히 後者로 간주하면서 이를 막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화보집 『섹스』는 發賣 첫날 15만부가 팔려나가는 대기록을 세웠다.
얼굴이나 몸매에서 그녀에게 뒤지지 않는 보다 「직업적」인 여성 섹스商人들은 얼마든지 있으며,『섹스』보다 훨씬 화끈한 책들이 길가에 널려 있는데도 유독 마돈나의 나체 화보집이 폭발적인인기를 누렸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두말할 나위없 이 그녀가 세계 최고의 팝 가수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사람들은 그녀가 대중예술적 재능을 섹스商魂에 얹었다고 비판하기도 했고,대중예술가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이기 위해 마침내 자신의 알몸까지 뭇사람들 앞에 내던졌다고 비꼬기도 했다.
사실상 알몸의 인체,특히 여성의 벌거벗은 몸매는 수천년 전부터 회화나 조각등 예술작품의 중요한 소재였으며,사진기술.영상예술이 발달하면서부터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그래서 우리는 벌거벗은 상태면 무조건「나체」로 표현하지만 영어에서는 단순한 알몸은 네이키드(naked)라 표현하는데 반해 그것이 예술의 소재로 되었을 때는 누드(nude)라 하여 예술적 아름다움을 뜻하는 것으로 구별한다.
그러나 섹스가 이미 문화예술적 主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해도 알몸의 女體가 예술작품에 등장했다 해서 모두「누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돈나의 경우처럼 예술을 섹스 商術에 이용했다거나 섹스를 이용해 예술에 대한 대중적 관 심을 불러모으려 했다는 비판을 받기 일쑤다.
간행물윤리위원회가『펜트하우스』의 한국판 단행본을 검찰에 고발한데 뒤이어 알몸의 「음란성 연기」로 물의를 빚었던 연극『미란다』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섹스의 표현 문제에 대한 지금 우리사회의 현주소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다만 예술에 등장하는 모든 나체를 똑같은 잣대로 재단하는 경우 진정한 의미의 예술적 에로티시즘마저 덤으로 얹혀 단속되는 사태에까지 이르지 않을는지 걱정이다.신중을 기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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