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네트워크는 글로벌 무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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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대가 개교 61주년을 맞아 해외 6개 대학(도쿄대.시드니대.라이스대.훔볼트대.베를린공대.UN대) 총장들과 서울대 이장무 총장이 참석하는 '세계대학총장포럼'을 11~12일 개최한다. 주제는 '21세기 연구중심 대학들의 글로벌 비전과 전략'. 무한 경쟁에 처한 대학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구해 보자는 것이다. 총장들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간 국제적 연대를 위해 '공동 선언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중앙일보는 10일 포럼에 참석차 방한한 브라운 호주 시드니대 총장과 쿠츨러 베를린공대 총장을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개빈 브라운(사진) 호주 시드니대 총장은 10일 "정부는 가능한 한 최소한의 규제만 해야 한다"며 "정부가 폭넓은 정책으로 뼈대를 세워주면 대학은 그 뼈대 위에서 자신들만의 전략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 정부도 (대학 입시.운영에서) 큰 틀만 제시해 준다"며 "대학 스스로 발전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국 대학이 국가를 초월해 긴밀히 연대하고 서로 벤치마킹해야 한다"며 국제적 연대도 강조했다. 1996년 7월부터 11년째 시드니대 총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는 독자를 위한 설명).

-포럼에는 왜 참가하게 됐나.

"포럼을 주최하는 서울대에도, 포럼에 참가하는 대학 총장들에게도 좋은 기회다. 서울대는 해외 대학 총장들과 앞으로 함께해 나갈 비즈니스에 대해 논의할 수 있고, 우리는 포럼을 통해 세계화(globalization)에 걸맞은 감각을 얻을 수 있다. 네트워크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브라운 총장은 아시아.태평양대학연합 회장으로 국제 네트워크 구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립 서울대는 자율성 문제로 늘 고민하고 있다(※브라운 총장은 이번 포럼에서 '대학과 정부의 관계'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대학이 전략을 수립할 때 정부는 최소한의 규제만 하고, 개별 대학이 주체가 돼 세부 사항을 결정 해야 한다. 입학 제도를 예로 들 수 있다. 대학 입학시험(우리의 대학수학능력평가)은 각 주정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시험 이후의 입학에 관한 모든 세부 사항은 대학이 결정한다. 그 이유는 우선 각 대학의 창의성을 존중해 주기 위해서고, 둘째는 그 지역의 전문가가 지역 특성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정부가 하는 것보다) 더 낫기 때문이다."(※호주는 주마다 대학시험이 분리돼 있다)

-세계화된 경쟁 환경 속에서 한국 대학이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서울대뿐만 아니라 고려대.연세대 등도 매우 우수한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한경쟁 시대에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가의 교수와 직원을 더욱 많이 고용해 세계 각국의 대학과 끈끈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또 세계적인 파트너들이 함께 모여 일할 수 있는 강력한 연구 그룹을 발전시켜야 한다."

-대학 간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별 연구자들의 접촉과 우정에 기반을 둔 대학 간 네트워크는 '무역로(Trade Route)'를 제공해 준다. 이 길을 통해 대학은 서로 꾸준히 접촉하면서 최고의 경험을 나누게 된다. 벤치마킹도 가능하다. 무역로는 기술과 지식을 축적한 전문가를 만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들은 끈끈한 관계를 통해 경쟁력 있는 그룹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리더가 돼 국제적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다. '대학 간 네트워크가 국가의 토대를 넘어 문화적인 진보를 가능하게 한다'는 말은 꿈이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서울대와도 연대할 계획이 있나.

"5월 중국에서 열린 포럼에서 이장무 총장에게 '서울대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서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포럼에서 논의할 것이다."

송지혜·박유미 기자

◆시드니 대학=1850년 설립된 호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연구중심 대학이다. 70여 개국에서 온 유학생들을 포함, 4만여 명의 학생에 3000여 명의 교수를 두고 있다. 2006년 영국의 '더 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100대 대학 중 35위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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