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미분양 많은 대구, 아파트 마련 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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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구 수성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을 알리는 전단이 빽빽하게 붙어 있다.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지산동의 최모(33·여)씨는 요즘 아파트 구입 시기를 저울질하느라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매물이 많고 가격도 많이 내렸지만 좀더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주택 경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관망하고 있지만 언제 오름세로 돌아설지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이 내집 마련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더 큰 아파트로 옮기려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의 전체 가구 중 전·월세 등 세들어 사는 가구(2005년 말 기준)는 46.1%다.

 ◆아파트 구입 시기는=대구시 시지동 C부동산에는 아파트 매물이 400여 건 접수돼 있다. 소형에서 대형까지 가지가지다. 지난해부터 매물이 늘기 시작해 지금은 예년의 2∼3배에 이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완공된 지 10년 가량된 전체 면적 108㎡(옛 33평형)의 가격이 1억4000∼1억8000만 원이어서 2∼3년 전보다 3000만 원 가량 떨어졌다. 대곡동의 S부동산에도 아파트 매물이 이전의 두 배인 50여 건 접수돼 있다. 이 부동산의 변용운 대표는 “매물이 급증한 만큼 가격도 크게 떨어져 바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아파트도 넘쳐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미분양 아파트(8월 말 기준)는 1만2075가구로 외환 위기 당시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주택업체들이 이미지를 고려해 물량을 줄여 신고한 곳이 많다”며 “실제 미분양 아파트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1가구 2주택의 양도세 중과세와 종합부동산세 부과로 주택을 처분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 물량이 쏟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이렇다 보니 수요자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연말이나 내년 봄 이전에 아파트를 구입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크기에 따라서는 시기가 엇갈린다.

 전체 면적 108㎡ 이하의 아파트는 내년 초까지를 적기로 보고 있다. 최근 분양된 아파트가 중·대형 위주여서 소형 물량이 많지 않아서다. 이진우 부동산114 대구경북지사장은 “소형 아파트는 내년 봄 이사철 이전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지사장은 “중형 아파트는 학군·가격·생활여건을 고려해 내년 중에, 165㎡(50평) 이상 아파트는 물량이 많기 때문에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오인 공인중개사도 “재건축·재개발이 중단돼 아파트 공급 물량이 거의 없고, 기존 아파트의 가격도 저점에 이른 것으로 보여 내년 초까지 집을 장만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대형 아파트는 신규 물량은 많고 수요자는 적어 좀더 기다리면 가격이 더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평론가 정용 박사는 “분양가가 비싼 새 아파트보다 가격이 많이 내린 기존 아파트를 고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아파트의 가격이 바닥을 친 상태여서 매수자가 늘어나면 단기간에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12월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 변화 가능성도 시장에 다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분양 아파트 판촉전=건설업체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처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체들은 예상보다 많은 물량이 쌓이자 애초 분양 조건에서 후퇴해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각산동의 각산푸르지오는 저층의 발코니 확장과 새시 공사를 무료로 해 준다. 계약금을 낸 뒤 한 달 만에 넣어야 하는 중도금도 다음번으로 넘겨 자금 부담을 덜게 했다. 봉덕동 강변코오롱하늘채는 10%인 계약금을 5%로 낮추고 중도금 무이자, 새시 무료 등의 혜택을 걸고 잔여분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읍내동 e-편한세상은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5%로, 계약 후 처음 내는 중도금을 20%에서 15% 낮추고 1년간 중도금을 무이자로 융자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업계는 “각종 혜택으로 대형 아파트는 최고 5000만원, 중소형 아파트는 2000만원 가량 분양가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추가 혜택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권삼 기자 ,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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