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은 10일 호남대 체육관에서 열린 제88회 전국체전 체조 여자일반부 단체전에 출전했다. 전북체고 1학년이던 91년 전국체전에 첫 출전해 4관왕에 오른 이후 17년간 전국체전 개근이다. 그간 거둬들인 메달만 40개가 넘는다. 지난해에도 개인종합 금메달 등 금1, 은1, 동2개를 수확했다.
어쩌면 올해가 현역으로 뛰는 마지막 체전이 될지도 모른다. 올 초 이리중 체육교사로 임용된 그는 은퇴를 고민 중이다. 은퇴 얘기가 나오자 팀 동료 박지숙(35)이 웃는다. 87년 한국 여자체조 사상 첫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20위 내(18위)에 진입했던 박지숙은 96년 결혼과 출산으로 은퇴했다가 99년 선수로 복귀했다. 올해는 팔목 부상으로 뛰지 않지만 세 살이나 어린(?) 이희경의 은퇴 운운에 가소롭다는 표정이다.
한국 남자체조는 88년 서울 올림픽 도마에서 박종훈이 동메달을 딴 이래 올림픽 때마다 메달리스트가 나왔다. 하지만 여자는 이희경 이후 아시안게임에서조차 은메달 이상을 따 낸 선수가 없다. 그가 여태껏 선수로 뛰었다는 게 오히려 한국 여자체조의 서글픈 현실이다.
이희경은 결혼도 잊은 채 철저한 자기관리로 오늘까지 왔다. 하루 3~4시간씩 훈련했고, 나이가 들면서 붙는 살을 빼기 위해 식이요법도 했다. “혹시 뼈가 시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언니들은 비가 오면 뼈가 시리다고들 하는데, 근육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인지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광주=장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