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 외무회담-北 안정위해 지원 공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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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韓中외무장관이 金日成 사후 처음으로 24일 회담을 갖고 조속한 남북한 대화 재개 필요성에 공감한 것은 향후 한반도 정세와관련,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우리정부로선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측이 對北관계에 있어 우리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점이 무엇보다 큰 소득이라 하겠다.
이날 韓昇洲외무장관과 첸치천(錢其琛)중국외교부장은 북한이 金正日체제로 권력승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정세판단아래 북이 조속히안정을 되찾게 되기를 희망한다는데도 의견을 같이했고, 북한핵의평화적 해결 원칙도 재확인했다.
정부당국자들은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이처럼 韓中양국정부가 큰 이견없이 對北정책에 대한 조율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체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번 회담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북한에 대한 안보리제재문제 등 양국이 입장을 달리하는 문제에서까지 중국정부가 우리 입장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양국이 미묘한 시기에 모든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쉽사리 의견을 일치시킬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것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는 북한의 최근 정세를 보는 양국정부의 입장이 일치하고 있으며 金正日체제의 조속한 안정이 한반도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데 양국이 합의한 점이다.
이로써 양국은 북한체제의 안정과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또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도 성과다.
중국의 이같은 입장은 기존의 입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그러나 金日成이 사망한 뒤에 나온 중국정부의 입장천명은 과거와는 상당한 뉘앙스의 차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錢외교부장의 입에서『북한이 金日成이 죽기전 채택한 대외정책노선을 고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은 충분히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중국은 앞으로 북한이 핵문제 해결은 물론 남북한 관계개선에 있어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중국의 이런 자세가 당장 공개적인 형태로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급하다.그러나 물밑에서 진행되는 중국의 역할은 크게 강화될 것이 틀림없다고 보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다.
한편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드러난 러시아의 북한정세 파악은 중국과는 다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金正日로의 권력승계가 차질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주변국들이 권력승계과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그같은 당위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입장에 서 있다 .
[방콕=康英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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