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할말은하자>1.제2의 박홍총장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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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는 할말을 제대로 못하거나 하지않는 풍조가 생겨났다.그 풍조가 심해져 사회를 지배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정작 할말을 한 사람이 오히려 핍박받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까지에 이르렀다.
朴弘 서강대총장의 경우 18일 主思派 학생들의 배후에 북한이있다는 말을 한뒤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학생들의 습격설로 호텔을 배회하고 民家協 어머니,社勞盟구속자 가족들의 항의방문에 시달리기도 했다.다른 대학총장들이나시민들로부터 지지와 격려를 받았지만 그가 속해있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일부 단체들은 朴총장 주장 을「무지와 편견」으로 몰아세웠다.
할말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우리 지식인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보여주는 사례다.
학생운동권 지도부가 主思派며 그들이 북한의 주장을 맹목적으로추종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이미 없다.
〈관계기사 5面〉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제국주의자들의 조국영구분단 책동』이라며 거품을 물다 북한이 유엔에 가입하자 일제히 입을 다물고『한반도에 배치된 미국 전술핵이 조국을 불바다로만든다』던 격렬한 비난도 북한 핵개발 사실이 알려지자 슬며시 덮 어버린 그들 논리의 배후가 무엇인지는 일부러 눈을 감지 않는한 모를 수가 없다.
金日成 사망이후 비밀분향소를 설치한 일이나 경찰을 납치하고 파출소에 화염병을 던져대며 북한「구국의 소리」방송에서 용어까지베껴 남한 사회전체를 매도하는 태도를「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으로 치부하기엔 도를 한참 넘었다.
그러나 그를 꾸짖고 나머지 학생들을 건강하게 키우는데 일차적책임이 있는 교수들이나 지식인 그룹은 한결같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대자보에 이름이 나붙으면 교수생활 힘들어 집니다.대자보를 쓰는건 극소수 운동권이지만 일단 대자보가 붙으면 그게 전체의사로 둔갑합니다.학생들 눈치보기 바쁜게 요즘 대학,오늘날의 교수들입니다.』 서강대 경영학과 田埈秀교수(46)의 고백이다.
우리 지식인들 사이에선 사물을「비틀린」시각으로 보는 심성구조가 일반화해 버렸다.
정치.사회.경제등 모든 현상의 배후에 뭔가 흑막과 비리가 존재하고 내막이 있다고 생각해야 직성이 풀리는,정부와 언론의 발표는 대부분 거짓이며 학생운동권과 재야의 주장은 왠지 진실이라고 생각하고픈,그런 태도와 분위기다.
그러면서 진실로 우리사회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할말을 하는 사람이 눈치를 보는 상황이 구조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여기까지 이르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그러나 이제는 안된다.
무한국제경쟁 시대에 우리 민족공동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할말을하는 풍조로 대전환을 해야한다.
이제 지식인은 지식인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지식인 본연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연세대 宋復교수는 말한다.정부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던 경실련의 서형석 사무총장의 말도 새겨들을 만하다.
사회를 건전하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 나갈 주장과 목소리들이 힘을 못쓰고 주사파와 같은 극좌파의 세력이 준동하는데는 저같은사회운동가나 교수등 이른바 지식인들이 사회의 잘못을 준엄히 꾸짖고 마찬가지로 극좌운동권에 대해 용기있게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데 책임이 있다. 다음 세기를 맞기위한 준비를 하는 우리사회는 이제 좌우 극단주의가 배제되고 중도합리적인 개혁주의가 중심이 되는 사회,합리적인 의견이라면 어떤 비난을 받아도 용기있게말하고 조건없이 수용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한다.
역사상 어느사회도 양심세력이 할 말을 못하는 분위기에서 정상적인 발전은 불가능했다.
우리사회는 역사적으로 조선조 선비들의 상소제도에서 보듯 할말은 목숨을 걸고 하는 자랑스런 전통이 있다.이제 이를 오늘의 시대상황에 맞게 되살려야 한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오의 독백이 20세기 한국에서 되풀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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