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케현장>영화 해적 해상폭력다룬 액션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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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격렬한 액션은 에어컨을 무색케 한다.비오듯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연신 수건으로 훔친다.감독은 아예 반바지에 러닝셔츠차림.겨울장면을 찍어야 하므로 배우들은 두꺼운 외투로 한증막을 삼고 있다.하지만 열받는 쪽은 감독.
요즘 가마솥더위를 가장 거슬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영화촬영현장사람들일 것이다.영화기획정보센터가 제작 중인 『해적』은 지난 3월중순 촬영을 개시했지만 수차례 시나리오를 고쳐쓰느라 지금까지 진척도는 50%,찌는 햇볕아래 게걸음격이다.
어업권을 둘러싸고 어민과 조직폭력배,권력주변의 자본이 벌이는삼각갈등을 사회성 짙은 액션드라마로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대규모 해상촬영을 계획하고 있다.다음달 여수앞바다로 순조롭게 옮기기 위해 서울에서의 막바지 촬영에 혼신을다하고 있는 것.
박성배감독은 신상옥감독의 오랜 조감독생활을 통해 관록을 쌓았지만 이번이 데뷔작이라 의욕이 앞설 때가 많다.그는 액션의 動線을 확보하기 위해 벽에 거꾸로 매달려서도 카메라를 들이댄다고. 이날 찍은 장면은 他조직원을 제거한 공로로 보스가 부하들을위해 술판을 벌이고 있던 중 의협심에 불타는 어촌출신의 청년 우만(이일재扮)이 들이닥쳐 두목 김태웅(독고영재)의 코앞에서 부하들을 요절내고 그와 담판을 지으려는 신이다.
이일재가 들이닥치면서 나이트클럽의 VIP석과 무대.통로에서는격투가 벌어진다.한편에선 보스와 그를 호위하는 「사천왕」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술판을 진행한다.그러나 이일재가 쇠파이프를 피하고 술자리로 잽싸게 돌아서는 순간 박감독은 N G를 선언.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갑자기 물먹은 종이마냥 흐물거린다.「다시해야 한다」는 걱정보다 땀닦을 시간을 번 것이 다행이라는 눈치다. 감독의 주문은 이일재가 폭력배를 어깨로 받아넘기는 장면이실감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무대가 너무 낮은 것은 아닌가,보다 멀리 내다꽂으면 어떨까.』 박감독은 박승호촬영감독과 숙의를거듭한다.
이윽고 아이디어 하나가 나온다.60㎝남짓한 바닥과 무대사이로카메라를 들고 쪼그려 앉아 각도를 밑에서 잡아보자는 것이다.습기와 열기가 범벅이 된 지하 나이트클럽에서 감독과 촬영감독은 끙끙거리며 카메라를 둘러멘다.이렇게 하길 서너번 .이윽고 『갑시다』는 감독의 말이 떨어진다.이날 동원된 엑스트라는 실제로 「어깨」로 통하는 10여명과 건장한 청년 1백여명.박감독은 『무리한 요구를 많이 하는데도 배우들이 잘 따라줘 고맙다』며 『남해안으로 가선 오늘 생긴 땀띠를 씻 을 시간을 내겠다』고 제작진에 보너스를 풀었다.
『해적』은 빠르면 추석,늦어도 11월께는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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