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골프>16.스코어 본인관리 紳士스포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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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각종 스포츠중 골프가 「신사의 스포츠」로 불리는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모든 스포츠는 심판의 감독아래 경기가 열리고 경기가 끝난뒤 팀을 대표하는 주장이나 경기를 마친 선수가 반드시 결과에 사인하도록 돼있으며 골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골프는 감독자없이 스코어카드를 본인의 책임아래 스스로작성하고 여기에 사인,대회본부에 제출하고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것이 「특별」하다.이에따라 골프를 신사의 스포츠라 부르는 것이다. 18홀을 돌면서 골퍼는 캐디나 동반자의 관여없이 이른바 자신의 「스코어카드」에 결과를 기록하도록 돼있어 남을 속이기는매우 쉽다.또 이같은 특성(?)때문에 스코어카드에 얽힌 해프닝이 많고 스코어에 대한 시비가 일기도 한다.
골프규칙 3장6조6항에는 「경기자가 카드를 제출한 뒤에는 그기입 내용을 변경하지 못한다」(c조),「경기자는 홀별로 기입된스코어의 정확성에 대해 책임진다.만일 한홀이라도 실제의 타수보다 적은 스코어를 제출한 경기자는 실격되고 실 제의 타수보다 많은 스코어는 그대로 채택된다」(d조)로 돼있듯이 골프는 스코어의 「잘못 기재및 속임」에 대해 엄한 벌을 내리고 있다.
이같은 규칙 때문에 세계정상의 골퍼들도 많은 눈물을 흘려야했다.지난 57년6월 뉴욕주 마마로네크에서 벌어진 해프닝.
우승상금 1천8백달러가 걸린 아메리칸 여자오픈선수권대회에서 하와이출신의 35세 재키 펑은 새로운 챔피언으로서 기쁨을 만끽했다.수표와 함께 15세의 딸로부터 축하를 받은 그녀는 만면에미소를 띠고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며 이곳저 곳에서 인터뷰도 했다.
그녀는 16번홀을 끝냈을때 이미 라이벌이자 2위인 베스티 라울스(2백99타)를 2타차로 앞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으며 여유있게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기쁨도 잠시.대회본부에서는 방송을 통해 그녀가「실격」되었음을 공식 발표했다.마지막날 4번홀(파5)에서 그녀는 보기(6타)를 기록했으나 스코어카드에는 파(5타)로 사인한것이 뒤늦게 드러나 규정에 따라 실격된 것이다 .결국 그녀는 40분간의 챔피언을 누린뒤 눈물을 흘려야했다.
펑은 다음날 대회주최측으로부터 고의성이 없었던 것으로 판결나「傷心」의 대가로 우승상금보다 많은 2천3백67달러를 받았으나구멍난 상처를 메울수는 없었다.
〈林秉太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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