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세계>12.팔리는 제품 만들어야 이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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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독일은 과학의 이름으로 디자인을 팔며 이탈리아는 미술의 이름으로,스칸디나비아는 공예품의 이름으로,미국은 비즈니스의 이름으로 디자인을 판다.』영국 왕립미술학교 교수인 페니 스파크가『컨설턴트 디자인』이란 자신의 저서에서 남긴 이 말은 국경없는 디자인 전쟁시대를 맞고 있는 오늘날 세계 각국의 디자인정책과 방향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일고 있는 이른바「디자인 비즈니스」는 디자인도 마케팅이나 생산과마찬가지로 경영능력을 필요로 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디자인 전략이 필수적이란 사실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 무장한 유능한 디자이너들을 양성.발굴하는 것은 전쟁을 방불케하는 디자인 경쟁시대를 헤쳐나가는 첫걸음이라 할수 있다.결국 훌륭한 디자이너의 교육과 양성만이 좋은 디자인의 관건이란 얘기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우리나라의 디자인 교육수준은 양적으로는 결코 선진국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전국의 대학과 전문학교의 디자인 관련학과는 1백47개교에 2백62개학과,연 1만9천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미술대학에 소속돼 있어 조형미만 강조되는 디자인교육이 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현장에서의 적응력.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제품의 생산과정.제품원리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품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없이 디자인된 제품은 외관이 뛰어나고 디자인이 훌륭하다 해도 제품화하기 어렵다.또한 디자이너 스스로도 소비자심리.시장분석등 충분한 이론으로 무장 ,「팔리는 디자인」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는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경영자를 설득할수 있어야 합니다.』중앙대 산업디자인학과 강사 周松씨(IDN사장)의 말이다.모호한 개념으로 자신의 취향에만 맞게 디자인한 제품은 예술성은 있을지 모르지만 대량생산과정을 거쳐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으로는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視角도 달라져야 한다.디자이너를 발명가쯤으로 인식하거나「포장만 잘하면 단번에 큰돈을 벌수 있다」고 생각하는 천박한상업주의는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오히려 디자인과정없이 곧바로제품화했을때 발생할지 모를 실패율을 디자인을 통해 최소화한다는쪽으로 인식의 轉換을 해야한다.
『기업에서는 적은 돈을 들여 한꺼번에 큰돈을 벌 생각을 버려야 한다.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위해 기업은 디자이너를 교육하는데 과감한 투자를 해야한다』고 劉明植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협회장(메서드 산업디자인 연구소장)은 말한다.
디자인 전쟁시대,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어느때보다 중요하다.미국.유럽.일본등 선진국은 물론 최근들어서는 대만.싱가포르등도 제품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만은 이미 89년부터 산업디자인 발전 5개년계획.대만 상품이미지 증대 5개년 계획등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도국제디자인포럼을 개최하기도 하고 정부가 주최하는 각종 공모전을통해 대대적인 디자이너 양성.교육작업을 벌이 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GD(good design)마크제를 시행하는등디자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은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는 지적이다.GD마크에 대한 공신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현재출품제품 대상으로 심사하고 있는 관행에서 벗어 나 시장에 나와있는 제품중 디자인이 좋은 상품을 선정하는등 공정한 심사절차를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한 과감한 디자인 개발지원 제도와 함께 디자인 전문회사를 활성화해 각기업과 연계시키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끝〉 〈李貞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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