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자원봉사 15년 남옥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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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어디 있습니까.남들에게 알아달라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내 작은 힘과 정성으로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밝아진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거지요.』 中央日報와 중앙선관위가 공동으로 벌이고 있는 선거개혁 자원봉사캠페인에 참여한 南玉熙씨(55.운수업)는「자원봉사」를 삶의 보람으로 삼는 숨은 일꾼이다.
젊은 시절 화물차영업으로 기반을 닦은 南씨는 지난 15년간 私費까지 털어 남들이 외면하는 궂은 일을 이웃과 사회를 위해 도맡아 해왔다.
80년초부터 지역사회에서 묵묵히 일해온 그의 봉사활동 목록을들춰보면 15년째 계속하고 있는 고아원.양로원방문을 비롯해 교통질서 바로잡기,유원지 오염현장 단속,고층건물 소방시설 점검등웬만한 곳은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 을 정도다.
특히 지역감정이 극심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88년무렵에는 1년동안 서울.부산.광주등 전국 대도시를 돌며 톨게이트 입구에서자신이 직접 쓴「지역의식해소를 위한 호소문」을 운전자들에게 나눠주며 캠페인을 벌였다.
이때문에 엉뚱한 오해를 사 수사기관에 두차례나 끌려가 조사를받기도 했다.
또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화물차에 과적을 알선하는 사기조직단이있다는 사실을 운전기사들로부터 듣고는 한달간 전국의 고속도로를누비며 이들을 추적,결국 경찰이 일망타진토록 결정적인 제보를 한 적도 있을 만큼 강한 의협심의 소유자기도 하다.
『어릴때부터 길이 아닌 곳이면 가지 말라는 선친의 가르침을 받고 자랐습니다.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있는 셈이죠.』 집안일과 사업을 제대로돌보지 않아 부인.세 아들과 한때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지금은전가족이 행동으로 보여준 가장의 참뜻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南씨는 이번 선거기간중에도 공명선거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표어를 직접제작,아파트촌과 골목길 곳곳에 부착하고 있다.
『선거때마다 유권자들이 자신의 표를 돈 몇푼,술 몇잔에 파는경우가 비일비재했지요.中央日報의 자원봉사요원 모집광고를 보고 내가 할 일이 또하나 생겼구나 생각하고 그날로 지원을 했습니다.다시는 그런 일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유권자 들을 가가호호방문하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불법.탈법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단속활동보다 중요하다는 지론에 따라 南씨는 나이도 잊은채 대학생 자원봉사자와 함께 담당구역인 만촌동일대를 누비며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작은 일부터 솔선수범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합니다.좋은 점은 널리 알리고 잘못된 점은 함께 노력해서 고쳐나가다 보면 보다 살기좋은 사회가 빨리 오겠지요.』 南씨는 中央日報가 적시에더없이 뜻깊고 중요한 사업을 시작한데 대해 감사한다고 했다.91년 뇌종양으로 쓰러져「저승의 길목까지 갔다가」두달만에 소생했다는 南씨는『이후의 삶은 덤으로 생각하고 죽는 날까지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을 생각』 이라고 말했다.
[大邱=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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