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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RB의장 후보 재닛 옐렌 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美國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안정론자인 앨런 그린스펀에서 빌 클린턴행정부의 성장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새로운 인물로바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그동안 팽팽한 평행선을 그어온 클린턴행정부와 FRB의 논쟁은 성장론의 승리로 마 무리될 것으로보인다. 클린턴대통령에 의해 차기 FRB의장 물망에 오른 재닛루이스 옐렌 캘리포니아州연방은행장은 22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성장우선주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강력히 피력했다.그녀는 이 자리에서『인플레 부담이 없는한 FRB는 성 장을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히고,현재 국제금융시장의 관심이 되고 있는 금리인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옐렌은 이날 클린턴대통령에 의해 FRB이사에 지명된 후 상원은행위원회의 인준을 받기 위해 출석했는데 이 위원회는 클린턴대통령의 지명을 거부할 권한은 없다.
FRB조직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FRB이사 가운데에서 의장을 지명해야 하는데 옐렌의 이사 지명은 의장 경질을 위한 전단계 조치로 풀이된다.이날 옐렌의 의장 지명설에 따라 런던외환시장에서는 지난 3주내 최고치를 보이며 상승세에 돌입했 던 달러화가다시 일시 반락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80년대 레이거노믹스가 남겨놓은 엄청난 재정적자와 높은 실업률을 떠앉고 출범한 클린턴행정부는 그동안 강력한 정책을 제1의목표로 삼아왔다.
그동안 미국 기업들의 대량 감원을 동반한 리엔지니어링.리스트럭처링 등 자구노력과 함께 행정부의 적극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4.4분기 미국경제는 7%가 넘는 기대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그러나 올들어 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부진,클 린턴행정부는 안정보다 적극적인 성장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이러한 행정부의 성장우선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 FRB.FRB는 올들어 네차례 금리를 인상,인플레 우려를 잠재우기는 했으나 성장을 우선하는 클린턴대통령의 불만을 사왔다.
최근에도 급격한 달러시세의 하락은 인플레 우려가 있다며 FRB는 추가 금리인상을 고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이러한 투자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22일 그린스펀 現의장이 추가 금리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발언에 따라 국제외환시장에서 는 달러화의상승세가 일시 멈추기도 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어느때보다 좋은 환경에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당초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경제는 꾸준한 오름세에 있고 산업생산및 주택경기 등에 불이 붙어 있는 상태다.
이런 조건에서 클린턴대통령은 보다 확고한 경기회복을 위해 다소의 인플레는 감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같다.그같은 예는 달러화의 지속적인 하락에서도 읽을 수 있다.
올해초 클린턴행정부의 경제 브레인인 프레드 버그스텐 미국국제경제연구소장은『달러화가 90~1백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클린턴행정부의 속셈의 일단을 보여준 것으로풀이할 수 있다.
특히 달러화의 하락이 지속되자 미국내에서는 인플레를 크게 우려했음에도 이달초에 열린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클린턴대통령은 달러하락을 의제에 상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달러화의 추가하락을 묵시적으로 의도했다.
결국 FRB의장이 강력한 성장론자인 옐렌으로 경질될 경우 달러화에 대한 일본의 엔고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유럽 각국도 달러화 약세로 인한 상대적인 자국통화의 평가절상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인하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여 FRB의장의 경질은 전세계적인 파문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그린스펀이 이끄는 FRB와 대립해온 클린턴행정부는 이미 관계가 보다 편한 앨런 블라인더 교수를 부의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金祥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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