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곳곳 충성결의대회-하부구조 추대로 승계 요식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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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金正日의 공식적인 권력 승계 절차가 늦어지고 있는데 대해 일부에서 변고 가능성을 점치는등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으나 북한내부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독특한 행태에서 빚어지는 극히 정상적인 상태』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金日成이 사망한지 보름이 다되도록 平壤에서 金正日의 권력 승계 완료 소식이 없는 것은 권력승계 절차가 선출이 아닌 추대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우리 상식으로는 권력교체가 선거나 국회등 대의기관을 통한선출로 이뤄지지만 북한의 경우 추대라는 방식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그에따른 열기가 필요하며 현재 열기를 고조시키는 작업이전국적으로 진행중이라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에는 자신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정치문화와 전통이있기 때문에 우리사회의 통념을 갖고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金正日 권력 승계 작업은 크게봐서 북한 사회의 상부 정치 구조가 하부의 정치적 결정 내용을 수렴하는 2단계 방식으로 이뤄진다. 즉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통한 공식적인 金正日 추대에 앞서 1단계로 거미줄처럼 상호연결된 黨.政.軍 조직과 생산단위별로 정치 집회를 가진후 여기서 결정된 金正日 추대 결정을 상부의 당중앙위. 최고인민회의로 올려 金正日 공식 추대로 연결시킨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이 이미 하부구조의 金正日 추대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정부 소식통은 23일『북한은 최근 노동당 하부 조직은 물론 일선 軍부대와 행정.생산 단위별로 끊임없이 정치 집회를 갖고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22일 서방에 용성기계공장 노동자들의 충성결의대회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이미 각급 생산 단위별로 金正日 추대작업에 착수했음을 시사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 충성결의대회에 등장한「당의 영도를 충심으로 받들자」와「(슬픔을)힘과 용기로 바꾸자」는 구호다.
이 구호는 지난 20일 金日成 추도대회에도 여러번 등장한 용어들로 한결같이 당중앙인 金正日의 권력승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또 이같은 충성결의대회는 용성기계같은 각급생산단위는 물론도당.군당같은 노동당 지방조직,인민군과 社勞靑.農勤盟.職盟.女盟등의 각급 사회조직에 걸쳐 진행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金正日의 권력 승계가 지체되는 또다른 이유로 인사 문제등을 포함한 향후 권력구조에 대한 권력층 내부의 협의를 꼽을 수 있다.
金日成주석 사망으로 당장▲정치국 상무위원 충원▲노동당 중앙위조직비서및 선전비서 선임▲부주석 선임등의 인사문제가 대두됐는데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이 문제를 내부적으로 조정키 위해서는 다소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절차상의 문제이긴 하지만 金正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준비 작업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즉 최고인민회의가 열려 金正日을 주석으로 선출할 경우 새로 주석에 추대된 金은 북한 정권의 새로운 정책 방향을 밝힐 시정연설을 해야하는데 현재 핵문제와 對南정책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이 작업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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