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말없는 北韓通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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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빌 클린턴 美國대통령은 金日成 사망 발표직후『金正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나는 그를 모른다.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는 얘기들로 그를 판단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그는 주의를 요망했다 .
도널드 그레그 前駐韓대사는 CIA 서울지부장을 지냈다.그는『북한의 정확한 實相은 아무도 모른다.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뻥튀김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국무부 정보분석가를 지낸 해군대학원의 아시아通 에드워드 올센교수는 『진정한 북한전문가라면이 시점에서 말이 없어야 한다』는 역설을 편다.北韓에 대해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그들 자신이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처럼 철저히 닫혀진 사회에서 對人접촉이나 접선에 의한정보수집은 거의 불가능하다.金日成의 사망사실은 북한측 발표때까지 외부세계가 까맣게 몰랐다.올센교수는 북한에 관한 정보의 대부분은 사실 자체가 부정확하고 단편적이며 증거로 뒷 받침되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전문가들은 이것들을 해석하는 일이 고작이고 그 해석과정에서 逆정보와 의도적 여과도 끼어든다.이들 정보는 韓國. 日本.
미국의 전문가들에게 속속 전파되고 이들간에 리사이클링(재순환)을 거듭하며 새로운 생명력과 권위를 풍긴다.
金正日에 대한 성격 분석은 10개 유형의 잉크 얼룩으로 성격을 유추해내는 정신분석학의 「로르샤흐 테스트」에 비유되고 있다.이탈리아의 기업인 카를로 바엘리는 92년9월 金正日의 요트에서 5시간을 같이 지냈다.그의 얘기 또한 한풀 접 어 들어야겠지만 그는『金正日을 직접 만나보면 지금까지 알려진 그와는 전혀다른 사람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한「직접정보」에 세계가 굶주려 있다.언론들이 다투어서울로 달려가지만 북한을 아는데「서울은 잘못된 장소」라는 인식들도 고개를 든다.북한방송을 직접 청취하는 이점이 있을 뿐 서울의 북한전문가들 정보는 「채색」이 되어 큰 도 움이 안된다는푸념들이다.
『북한에 관한한 한국사람들은 너무도 가까우면서도 동시에 먼 사람들이다.』서울에 특파된 어느 미국기자가 보내온 서울發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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