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어린이책] 빼어난 색감만큼 '가족의 정' 깊게 새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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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내 자전거 - 예안더 글· 그림,
심봉희 옮김,
예림당,
68쪽, 9500원,
초등 저학년

새 운동화부터 신형 휴대전화까지 누구든 어렸을 적에 이런 물건이 갖고 싶어 어른을 졸라본 기억이 있을 터다. 이 그림동화의 주인공은 새 자전거를 갖는 게 소원이다. 엄마는 자전거를 타러 갈 때마다 천천히 타라고 이르지만, 엄마는 모른다. 내 낡은 짐자전거로는 빨리 갈 수 없다는 걸.

소년은 누가 가져 갈까 봐 자물쇠를 채워둘 필요도 없는 짐자전거 대신 새 자전거를 바란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램프라고 한 찻주전자에 새 자전거를 갖게 해달라고 첫 번째 소원을 빈다. 그리고 오래 기다려도 새 자전거는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운전은 서툴지만 새 자전거를 가진 친구의 운전기사 노릇을 해주는 소년에게 엄마는 3등 안에 들면 새 자전거를 사 주겠다고 약속한다. 열심히 공부해 100점을 맞은 주인공은 헐레벌떡 엄마에게 달려가지만 엄마는 엉뚱한 이야기만 한다. “어렸을 때 신발이 없는 게 무척 창피했는데 어느 날 다리조차 없는 한 거지를 보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되었다”고.

밤 늦도록 일을 하는 엄마의 말을 듣고 소년은 자전거 대신 두 번째로 갖고 싶던 새 크레용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자전거는 색깔을 다시 칠해 타고 다닌다. 그렇게 해서 “새 크레용과 새 자전거를 갖게 되었다”며 주인공은 행복해 한다. 그러고는 ‘요술램프’에 세 번째 소원을 빈다.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너무 빨리 늙지는 말고…”라고.

물건의 소중함에 대해, 가족의 정에 대해, 그리고 만족과 행복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색감이 도드라지는 만화풍 그림까지 더해져 어른들에게는 따스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니 지난해 대만의 차이나 타임스지가 ‘최고의 그림책’에 선정했겠다 싶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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