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패션>서울 필동 J씨집-탁트인 실내 투명지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金琪碩씨(50)는 서울공대 건축학과를 졸업,우원건축등에서 건축수업을 한 후 72년부터 직접 설계사무실을 운영해왔다.
그동안 주택.학교.사무실등 다양한 설계를 맡았는데 특히 주택분야에서 3백여작품을 남겼다.
을 짓는 과정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누가 뭐래도「설계」분야다.아무리 고급스런 자재를 사용해 튼튼하게 짓더라도 구조가 신통치 않으면 우선 당장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거북스러워지는 것은너무나 당연한 일이다.때문에 설계의도가 조금만 빗 나가도 두고두고 어려운 문제로 발목을 잡히게 된다.
내부공간은 그래서 화려하게 치장을 하는 것보다 설계자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서울중구필동 남산자락에 위치한 J씨집의 내부설계는 가족의 사생활을 철저히 보장해 주면서 공동생활을 추구하는설계기법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작품 으로 꼽힌다.
일단 현관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붉은 벽돌로 처리한 아치형태의 기둥과 판벽이 눈길을 끈다.흰색 줄눈이 강렬한 직사격형기둥 안쪽공간은 식당이면서 가족실로 사용되는 겸용공간이다.
당초 우리전통의 中庭으로 만들려다가 그만두고 내부공간으로 전환시킨 이 공간은 2층까지 그대로 트고 지붕 또한 투명하게 처리,눈.비.달.별의 움직임을 내부에서도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잘 가꾼 앞마당 정원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원형 미니거실.일반거실과 외부를 연결하는 매개공간인 미니거실은 3개면 벽을 모두 투명한 곡면유리로 처리해 바깥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도록 했다.
안방의 창문도 전통 한옥의 완자문살로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혔고 안방과 연결돼 있는 부부침실에 조그마한 전용 정원을 만들어 바람소리까지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세심한 공간설계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재,거친 표면의 전벽돌 벽면,냉혹한 유리재,은근한 목재질감등을 어색함 없이 한데 어우러지도록 조화시킴으로써 별도의 요란한 장식재 없이도 내부공간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이와함께 2층으로 오르는 계단참에 조성된 미니정원은 1,2층의 연계성을 높이고 차가운 대리석 계단을 한층 인간적인 분위기로 희석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2층 남쪽 라운지 공간의 경사진 천장과 돌출窓이 만들어낸 벽면처리는 하나의 구성작품이다. 경사진 외관에 이른바 돌출창 형태인 까치창을 만들어 놓아 내부형태는 그야말로 아늑한 별장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별도의 천장지를 바르지 않고 목재로 마감한 경사천장과 외부로 튀어나간듯한 창문은 흔한 2층집과는 전혀 다른 맛을 내고 있다.그러나 외관을 살리기 위한 가파른 경사천장으로 인해 비정형의 내부공간이 생겨난 것이 흠이라면 흠으로 지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