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광고대로 안 지은 주상복합아파트 주민들에 14억여원 배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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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파트 시행사의 '허위.과장 분양광고'에 대해 주민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분양된 아파트의 내부 구조나 단지 내 시설이 분양 전 광고와 다를 경우 주민들의 피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26부(부장판사 강영호)는 수도권의 대표적 주상복합 밀집지역인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미켈란쉐르빌 주민 500여 명이 시행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주민들에게 14억7500만원을 배상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주민들은 "최상급 조경을 조성하겠다고 광고해 놓고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법원의 조정 결정은 소송 당사자가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2000년 분양된 미켈란쉐르빌의 시행사인 D업체는 분양 홍보책자에 '계단식 정원을 만들고, 건물 사이에 아치형 다리를 놓아 낭만이 절정에 이른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입주 후 이 같은 조경물은 설치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파트 분양광고는 수요자들에게 분양계약의 내용을 미리 알린 뒤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절차"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양계약은 분양광고상의 조건과 같은 내용을 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행사는 "분양광고는 아파트에 대한 컨셉트와 테마의 일부를 추상적.개략적으로 예시한 것에 불과하다"며 "조경시설은 주변적 부대시설이고, 설계 변경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 6월 대법원도 경기도 파주시 아파트 주민 600여 명이 "아파트 구조와 내장이 광고와 다르다"며 시행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은 "분양계약서에 그 내용이 없다면 분양 광고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광고 내용은 계약에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부산의 S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시행사는 아파트 앞에 해양공원이 들어선다고 광고했지만 부지 허가도 나지 않은 상태"라며 분양 자체를 취소하고 분양대금 1조4000억원을 돌려달라는 사상 초유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서울 도곡동의 S아파트 주민들도 분양 전에 옥외 피트니스센터를 짓겠다고 한 계획을 이행하라며 시행사와 소송 중이다.

그러나 아파트 외부 환경에 대해선 엄격한 편이다. 서울고법은 7월 파주시 교하지구 아파트 주민 300여 명이 "경전철역이 신설된다는 허위 광고로 피해를 봤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전철역이나 도로의 신설.확장은 행정기관의 방침에 따라 바뀔 수 있고, 시행사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은 아니다"라는 이유였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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