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인력 사내서 먼저 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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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대캐피탈 P과장(40)은 지난달 지금의 재무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1997년 입사 후 10년간 영업·마케팅 부문에서만 일해 왔다. 그는 “재무 쪽에서 일하고 싶어 틈틈이 재무분석사(CFA) 공부도 했지만 부서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며 “재무담당임원(CFO)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의 희망사항이 이뤄진 건 최근 회사가 도입한 ‘커리어 마켓 (career market)’ 덕분이다. 커리어 마켓은 전 부서의 일자리를 대상으로 수요와 공급을 공개하고 상시 운영하는 새로운 인사실험이다. 현대캐피털은 7월 이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생명도 8일 사내 지점장을 공모하는 등 사내 인력 공모제를 선보였다. 이처럼 금융계에서 새로 선보이는 사내 인력 공모는 원하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불만을 줄이고, 외부 충원보다 효율적으로 인력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회사 좋고, 직원 좋고=8일 현대카드·캐피탈에 따르면 커리어마켓 시행 두 달 동안 59명이 이를 통해 자리를 옮겼다. 지원자는 총 100여 명. 지원자의 50% 정도가 희망부서로 전환배치됐다.

후임자 충원 때문에 발령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선(先)전보, 후(後)충원 원칙도 도입했다. 현대카드 손장익 인사담당 이사는 “시장에서 잘 팔리기 위해 직원들이 자기계발에 더 열심이다”며 “회사로선 외부 스카우트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커리어 마켓’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사람이 필요한 부서의 일자리 공모 ^전환배치 희망직원의 능력·경력공개 ^인사팀의 직원평가 항목이다. 한 부서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인사발령 때까지 지원사항은 비밀이며 직원의 능력·희망사항은 수시로 바꿀 수 있다. 각 부서장은 지원자 가운데 인사팀의 평가자료를 참조해 뽑는다.

◆금융권, 사내 공모 속속 도입=삼성생명은 8일 사내 지점장 공모를 통해 차장급을 경기 용인지점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그동안 지점장은 직급과 근속연수를 고려해 통상 입사 22년차 이상의 부장급에서 선발했으나 용인지점을 신설하면서 처음으로 직급에 관련 없이 공모를 통해 선발했다. 공모에는 29명이 지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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