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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대권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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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맛의 본고장인 전라도의 김치가 건강을 생각해 싱겁게 먹으려는 웰빙 추세 때문에 서울 김치에 밀렸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이 3분기 지역별 김치 판매업체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다.

서울·경기 소재 제조업체의 김치 판매 건수는 3분기 전체 7만2000여 건 가운데 28%로 전라도 소재 업체의 판매량(23%)을 앞질렀다. 중부 지역권인 충청도에서 만든 김치(27%)도 전라도 김치보다 많이 팔렸다. 2005년만 해도 이 쇼핑몰의 전라도 김치 판매 건수는 전체의 절반 가까이(45%)에 달하는 압도적 1위였다. 건당 판매량은 10㎏이 가장 많았다.

전라도 김치의 특징은 진하고 걸쭉한 맛. 농도 짙은 멸치젓갈·갈치젓갈과 고춧가루·마늘 같은 기본 양념을 듬뿍 써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날씨가 더운 남도 지방에서 식품의 저장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서울 지역의 김치는 덜 매운 고춧가루와 새우액젓 등을 써 맛이 깔끔하고 시원하다. 가톨릭대의 손숙미 교수에 따르면 남도 지역 김치의 평균 염도는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인 반면 서울 지역 김치는 1%대 후반이다.

서울 지역 김치가 잘 팔리는 이유는 되도록 싱겁게 먹으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CJ ‘하선정 김치’의 박은영 마케팅 부장은 “짠 음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입맛이 확산되면서 5년 새 소금 양을 조금씩 낮춰 왔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경우도 젓갈 함유량이 2%대인 일반 ‘포기김치’ 판매량이 젓갈 함유량 5%대인 ‘남도 포기김치’보다 빨리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식 식생활로 젊은 세대의 입맛이 변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목동·여의도 지역의 아파트 알뜰장터에서 직접 담근 김치를 파는 ‘e여의도김치’ 의 이광우(46) 사장은 “젊은 주부들은 소금과 고춧가루는 덜 넣고 무채·생새우 등을 넣어 시원한 맛을 낸 김치를 좋아한다”고 전했다. 백김치·물김치처럼 맵지 않고 담백한 김치도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싱겁게 먹는 추세가 김치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장류와 젓갈의 염도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샘표가 최근 내놓은 ‘저염 간장’과 나트륨 함량을 절반 정도로 줄인 CJ ‘팬솔트’의 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선 최근 염도 7~8%의 일반 젓갈보다 염도가 절반 수준인 젓갈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 백화점의 최태주 식품 바이어는 “추석 연휴 저염 젓갈 선물세트가 일반 젓갈 전체와 비슷한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손숙미 교수는 “저염 식품의 약점이 상하기 쉽다는 것인데, 김치 냉장고 같이 이를 보완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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