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場內는 골풍년 場外선 말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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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94미국월드컵에서는 골풍년과 동시에 풍성한 말잔치가 벌어져 장내외에서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우선 주목할 만한 것은 유신론자들의 때아닌 「神의 국적논쟁」이었다. 이탈리아가 8강전에서 강호 스페인을 격파하자 스페인 일간지 엘 페리오디코는 『신은 정녕 이탈리안이란 말인가』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불가리아가 멕시코를 16강전에서 승부차기끝에 이긴 것은 미하일로프의 선방덕택이라기에는 너무도 감격스러웠던지 스토이치코프는『신은 결국 불가리안』이라며 또다시 신의 국적문제를 들고나왔다. 그는 또 준결승전에서 이탈리아에 아깝게 패하자 『신은 여전히 우리편이었으나 주심은 프랑스인이었다』고 한마디.이 말은 지역예선에서 프랑스를 꺾은 불가리아가 그라운드의 신에게 미움을 산게 아니겠느냐는 유권해석이었다.
감독들의 엄살이나 허풍내지 연막작전도 볼만한 대결이 벌어졌다. 발칸 돌풍의 핵 스토이치코프를 어떻게 막을 작전이냐는 질문에 이탈리아 사키 감독은 『총이라도 쏠수 있으면 모를까』라고 해 난감함을 절묘한 언사로 피력했는데 결국 그는 총을 뽑아들지않고도 승리했다.
국내 팬들의 광적인 성원이 도리어 부담이 되었던지 파레이라 감독은 『브라질 감독자리는 잘해야 본전인 바늘방석』이라고 실토.하지만 FIFA컵을 안음으로써 결국 돈방석에 앉게 됐다.
펠레가 우승후보로 거론했으나 졸전 끝에 탈락한 콜롬비아의 마투라나 감독도 『교체선수 제한이 없었다면 11명 모두 갈아치웠을 텐데』라고 해 선수들의 부진에 대한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승자는 승리로 모든 것을 말하지만 패자는 자기합리화를 위한 변명이 필요한 것일까.다혈질 스타 마라도나는 도핑테스트에 걸려출전정지등 중징계를 받자 『내영혼은 박살났다.
그들은 무참히 내 다리를 자른셈이다』며 자신의 잘못보다는 FIFA를 물고 늘어지기도.로베르토 바조는 브라질과의 결승전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와 통한의 실축을 한뒤『진작에 시동이걸린 이탈리아행 비행기의 엔진을 내가 간신히 멈 춰 세웠었는데하필이면 막판에 실축을 하다니』라고 울먹이며 예의 말총머리를 움켜쥐었다.
〈張世政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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